한은 금통위 의사록 "추가 긴축 필요 줄어"

남주현 기자 2024. 1. 3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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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01.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의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는 추가 긴축 필요성이 줄었다는 점이 언급되면서 옅어진 매파 색채가 드러났다. 다만 금통위원 모두가 물가 상방 리스크를 언급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1월 금통위에서는 9조원 규모의 금융중개대출(금중대) 지원도 의결됐다. 다만 금통위원 다수가 금리 인하 논의가 시기상조란 이유를 들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완화시킬 수 있는 금중대 활용을 찬성했지만, 조윤제 위원은 통화정책과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며 의견이 엇갈렸다.

한은이 20일 공개한 '2024년 제1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개별 의견 개진을 싣지 않는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5인은 8회 연속 만장일치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추가 긴축 필요성 줄었다"

매파 색깔은 이전보다 옅어졌다. 지난해 11월 회의에선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1월 회의에서 다수의 위원은 한동안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며 경제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 총재 역시 1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 중동사태 등의 해외 리스크가 완화됨에 따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금통위원은 "경제 성장세는 확대되나 수출과 소비 부문간의 차별화가 심화되고, 물가는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어 추가적 긴축의 필요성은 줄어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당분간 전망경로 대비 실물경제와 물가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률 모두 전망경로대로 충분히 하락하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일부 위원은 "고금리의 부작용은 필요시 유동성 공급 등 미시적 수단으로 적절히 대응하면서, 대내외 금융·경제 상황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8차례 연속 동결했다. 가계부채와 고물가를 비롯해 경기부진과 부동산PF 리스크 등 인상과 인하 요인이 엇갈리면서 관망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물가 1년 이상 목표 상회"

금리 인상 종결 신호에도 금리 인하가 본격 논의되기는 시기상조였다. 이 총재 역시 1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견으로는 향후 6개월간 인하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금리 인하 논의의 걸림돌은 꺾이지 않는 물가였다. 한 금통위원은 "소비자물가가 앞으로도 1년 이상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공급측면의 상방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향후 관리 물가 인상 속도 및 에너지, 농수산물 가격의 불확실성, 정부의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에 따른 영향, 누적된 공급충격의 물가 파급 속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물가의 상방리스크가 잠재했다"고 봤다.

또 다른 위원은 "물가가 여전히 목표 수준을 상당폭 상회하고 있으며 향후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상존하고 있다"면서 "물가 목표 수준으로 안착하기까지는 상당 기간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위원은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안착시키지 못할 경우 장기간 고통을 감수하며 쏟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안착해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른 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금년 말에서 내년 초 무렵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수준이 아직 충분히 낮아졌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조윤제 한국은행 신임 금융통회위원회 위원이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취임식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0.04.21. photo@newsis.com

금융중개대출 지원에 대한 엇갈린 시각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충돌한 대목은 금중대 지원에 대해서다. 1월 금통위에서는 9조원 규모의 취약 중소기업 대상 금중대 지원이 의결됐다.

한은은 당초 39조8000억원이었던 금중대 지원 한도를 작년 11월 말 30조원으로 낮추면서 남겨둔 유보분을 1월 금통위를 통해 서울과 지방의 취약 중소기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금통위원 다수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 증대 등으로 지방 중소기업 등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확보된 한도 유보분을 활용하여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 동의했다.

다만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도 나왔다. 조윤제 위원은 "통화정책이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시장에 소통해 왔다"면서 "통화정책 기조와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는 금중대 확대 운용은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향후 통화정책이 완화 기조로 전환되어 나갈 즈음에 대출 제도와 포워드 가이던스도 상호 일관되게 움직이는 것이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금중대 확대 운용의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 위원은 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 되며 이후 8차례 연속 동결의 시작을 알렸던 2023년 2월에도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매파 금통위원이다.

현직 금통위원 중 매파적으로 분류되는 위원은 조 위원과 서영경 위원으로 이들은 4월 임기 만료를 맞는다. 시장에서는 이들의 퇴장으로 금통위 내부에서 금리 인하 의견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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