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 채우고, 소변·벌레 먹으라 강요… 7년 간 친구 가스라이팅 30대

이환직 2024. 1. 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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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친구를 심리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해 7년 간 가혹행위를 하고 거액을 뜯어낸 30대 여성과 범행에 가담한 그의 남편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상해·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게 징역 7년을, 그의 남편 B(41)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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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해칠 것" 등 협박 심리 지배
1심 법원 "죄질 매우 불량" 징역 7년 
범행 가담한 남편도 징역 3년 6개월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이성 친구를 심리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해 7년 간 가혹행위를 하고 거액을 뜯어낸 30대 여성과 범행에 가담한 그의 남편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상해·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게 징역 7년을, 그의 남편 B(41)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6월부터 2020년 2월까지 7년 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와 인천 부평구 등에서 친구 C(34·남성)씨를 폭행해 다치게 하거나 협박하고 돈을 뜯어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사실 등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6월 C씨가 거부했으나 강제로 유사 성행위를 한 뒤 "말리지 않은 너의 잘못이다"고 추궁했다. 이어 "(남성인) 네가 폭행이라 신고하고 (여성인) 내가 성폭행으로 고소하면 (경찰이) 누구 편을 들어줄까"라며 협박했다.

또 A씨는 C씨에게 "누구와 함께 있으며 무엇을 하는지 주기적으로 보고하라"며 일상생활을 통제하고 흉기를 배 부위에 들이대며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죽여 버린다"고 으름장을 놨다. "네 엄마를 죽이고 싶지 않으면 벌레를 먹어라"고 협박해 피해자에게 귀뚜라미 1마리를 산 채로 먹게 했다.

이 뿐이 아니었다. A씨의 범행은 상상을 초월했다. 집과 차량 등에서 C씨를 주먹과 발, 무릎, 휴대폰, 플라스틱 샤워기 등으로 수시로 때려 코뼈 골절, 두피와 눈 열상, 고환 파열상 등을 입혔다. 주둥이가 긴 '촛불 라이터'를 뜨겁게 달군 뒤 C씨 가슴에 대거나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 마시게 했다. 그는 C씨가 휴대폰을 하는 것을 보고 화를 내며 폭행하고 30~40분 간 '엎드려 뻗쳐'를 시키기도 했다.

A씨는 C씨에게 '바닥 청소기 돌리고 닦기' '쓰레기통이나 분리수거통 꽉 차 있으면 치우기' '트러블 생기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행동하기' 등 11개 사항을 A4 용지에 작은 글씨로 빈틈 없이 쓰게하고 실제 이행하도록 했다. C씨의 두 다리를 쇠사슬로 감아 자물쇠로 채우고 다용도실 전자레인지 선반과 연결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C씨를 협박해 현금 6,574만 원을 송금 받거나 계좌해서 인출해 사용하고 자신의 친구가 사는 집 월세와 공과금 2,090만 원을 부담하도록 하는 등 8,664만 원을 뜯어냈다.

A씨는 2011년 지인 소개로 알게 된 C씨와 친구로 지내다가 이듬해 여름부터 당시 연인 관계였던 B씨까지 셋이 동거를 시작했다. A씨와 B씨는 2016년 결혼한 뒤에도 C씨와 함께 살았다. C씨는 2020년 2월 "회사에 출근한다"고 말한 뒤 A씨 부부와 함께 살던 집을 빠져 나와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C씨는 이후 A씨 부부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 부부에게는 공동공갈·상해·감금 혐의가 적용됐다. A씨에겐 이 밖에 특수상해와 상해, 강요, 특수폭행, 협박, 폭행 등 6가지 혐의가 더해졌다. A씨 부부는 수사기관에서 "폭력행위를 저지른 적이 없고 피해자 요청에 따라 같이 살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판사는 "범행 수법과 기간, 피해 정도의 심각성 등을 보면 피고인들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A씨는 범행을 주도적으로 직접 저질러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폭행하거나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으나 A씨의 범행에 소극적으로나마 가담했다"며 "배우자인 B씨 존재가 A씨에게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고 B씨도 범행 기여 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죄책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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