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날짜도 알려줬다"…검찰 수사관 '기밀 유출' 의혹 공방(종합)
수사관 측 "브로커와 사기범 진술에만 의존해 기소" 무죄 주장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검경 수사대상이었던 사기 사건 피의자가 검경브로커를 통해 수사 관련 내용을 사전에 통지받고 법망을 피해가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찰은 이 피의자가 검경브로커로부터, 검경브로커는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수사 관련 정보를 건네 받은 것으로 보고 검찰 수사관의 '수사 기밀 유출' 혐의 입증에 집중하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30일 변호사법 위반, 뇌물수수, 부정청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광주지검 목포지청 소속 검찰 수사관 A씨에 대한 세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선 탁모씨(45)와 탁씨의 동생에 대한 증인신문절차가 진행됐다.
코인 투자사기에 대한 검경 수사를 받게 된 탁씨는 브로커 성모씨(63) 등에게 15억4000만원 상당의 로비 자금을 제공했고, 성씨는 이 돈으로 수사 무마를 청탁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A수사관은 지난 2020~2021년쯤 성씨로부터 4차례에 걸쳐 1301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탁씨에 대한 관련 수사를 무마 또는 축소해 준 혐의로 기소됐다.
증인으로 나선 탁씨는 "식당에서 A수사관을 본 적이 있고, 한 교회에서 A수사관과 만나 제가 수사 받고 있던 사건의 진술서 작성 도움 등을 받았다"며 "성씨가 준비해간 진술서를 토대로 A수사관이 궁금한 점을 제가 대답하는 식으로 3~4시간 가량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고인이 '이렇게 수사가 됐을 땐 사기 등으로 걸릴 수 있으니 돈 쓴 내역을 투자했다는 명목으로 내용을 보강하고, 미리 대비해둬야 한다'고 했다"면서 "성씨는 제 수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해 여러차례 성씨에게 돈을 줬다. 한 식당에서 제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과 친한 검찰 사람이라고 인사를 시킨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탁씨는 성씨로부터 자신에 대한 검찰, 경찰의 압수수색 날짜를 듣고, 압수수색 전 휴대전화를 처리하고 차량 블랙박스도 제거하는 등 수사에 대비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탁씨는 고소인들이 경찰,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들과 검찰에 제출한 증거들도 모두 성씨로부터 전해 듣고 사건 진행 내용을 파악, 고소인 일부와 합의를 했다고도 했다.
탁씨의 동생도 압수수색 등의 정보를 성씨로부터 듣고 피해액보다 많은 합의금을 피해자들에게 주는 식으로 합의했다고 증언했다.
탁씨의 동생은 "형이 검찰 수사를 받는 날 성씨와 함께 있었는데, 성씨가 'B수사관이 압색 영장 정보를 다 줬는데 왜 네가 일을 그르치냐'며 질책을 했다"며 "이 때 B수사관이 우리 사건을 봐주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A수사관은 그 전에 우리 형의 일을 봐주던 검찰 수사관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탁씨의 동생은 "형으로부터 '아니 검찰 수사관이 직접 나를 만나 코치를 해줬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놀랐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후부터 성씨에게 돈을 가져다 나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탁씨가 성씨로부터 전달 받은 수사 내용들이 모두 검찰 수사관을 통해 알게된 것으로 보고 A수사관의 혐의 입증에 집중했다.
A수사관 측 변호인은 "성씨가 A수사관의 이름을 대면서 수사내용을 알려줬거나 직접 돈을 주는 것을 봤느냐"며 반대신문을 펼쳤다.
탁씨는 "성씨가 수사 내용을 말해줬을 뿐 A수사관으로부터 직접 듣거나 직접 돈을 건네진 않았다"고 답변했다.
탁씨의 동생도 A수사관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에 대한 검찰 기소가 단순히 성씨와 탁씨의 진술에 의존한 것 뿐이라며, 피고인에 적용된 혐의들의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3월12일 오후 2시 A수사관에 대한 속행 재판을 열고, 검경브로커 성씨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검경브로커' 성씨는 20여년 전부터 쌓아올린 검찰·경찰 인사들과의 인맥을 내세워 '수사 무마 청탁', '경찰 승진 청탁' 등 각종 브로커 역할을 해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사건에 연루된 현직 치안감을 비롯해 전·현직 경찰관들, 검찰 수사관 2명 등 20여명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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