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맹탕 수사하고 이태원법도 거부한 국가의 불통과 독단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을 국회로 보냈다. 이태원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 특별법이 효력을 가지려면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해야 하나, 113석을 보유한 여당이 반대하는 한 부결될 수밖에 없다. 2022년 10월29일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이태원 대참사는 재난 예방·대응·사후처리에서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인 무능이 드러났다. 매번 참사 책임을 물어야 할 윗선·실세 앞에서 수사는 길을 잃었다. 그러고도 참사 유족·피해자들의 진상 규명 요구를 받아 만들어진 특별법까지 다시 거부한 윤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이 개탄스럽다.
윤 대통령은 임기 1년8개월 만에 9번째 법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1987년 개헌 후 역대 정부에서 전례 없는 기록이다. 양곡관리법·간호법·노란봉투법을 거부해 농민·간호사·노동자의 외침을 외면하고,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위해 쌍특검법을 막더니, 이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을 묻어버리려 한다. 헌법이 입법부 견제를 위해 엄격한 요건으로 제한한 재의요구권을 마치 조자룡 헌 칼 쓰듯 마구 휘두른 것이다. 이 추운 날 거리에서 이태원 유족들은 “우리는 국민도 동료시민도 아니냐”라고 울부짖었다. 진실을 알아야 이 오체투지를 멈출 수 있다고 했다. 그 한 맺힌 몸짓과 국회 입법권을 윤석열 정부가 무시한 ‘불통 국정’을 한 셈이다.
특별법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을 규명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나 국회 국정조사는 참사의 발생 원인, 미흡한 대처, 책임소재 등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했다. 관련 기관에서 사실을 감추기 급급했고, 자료를 없애는 등 수사·국조 방해 시비까지 제기됐다. 검찰은 김광호 전 서울청장에 대해 1년 동안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다가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 후에야 늑장 기소했다. 이러고도 정부가 충분한 수사를 했다고 할 수 있는가.
오늘도 유족들은 맹추위 속에서 맨땅에 엎드려 ‘그날 그 시간 정부가 어디에 있었나’라고 묻고 있다. 정부는 “우리에겐 국가가 없다”는 이들의 피맺힌 절규에 응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늑장 대안 역시 ‘피해 지원 종합대책’일 뿐이다. 시민들은 다시는 이런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 시작점이 바로 특조위의 진상 규명이다.
159명의 생때같은 젊은 목숨이 희생된 사회적 대참사에서 맹탕 수사와 진상 조사 외면, 책임 회피, 책임자 봐주기로 일관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인가. 시민과 유족은 생명·안전을 경시했던 이 참사에 대해 거듭 묻는다. 국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정부처럼 이 정부도 이태원 참사를 정쟁이란 틀에 묻어버릴 건가. 윤 대통령과 한동훈 여당 비대위원장이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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