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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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리 작가를 만나면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뜨개질이 취미라고 했더니, 아는 사람이 '뜨개질의 위상수학' 이야기를 하던데 맞냐고 하더군요.
도 작가는 이 공간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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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도우리 작가를 만나면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뜨개질이 취미라고 했더니, 아는 사람이 ‘뜨개질의 위상수학’ 이야기를 하던데 맞냐고 하더군요. 나름 뜨개질에 관해서는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이야기는 생전 처음 들었습니다. 글로도 처음 듣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청춘의 봄비’ 전 연재 ‘청춘의 겨울’에 쓴 ‘AI는 못 그리는 살아 있는 연어’ 글도 신기했습니다. 인공지능(AI) 그림 앱에 ‘강에서 헤엄치는 연어’를 그리라고 명령하면 강물에 ‘회 뜬 연어’가 떠다니는 것밖에 그리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딥러닝하지만,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이미지가 ‘먹는 연어’밖에 없어서였습니다. 여럿의 공감을 받았던 이 글은 일본 오사카대학의 한국어 시험 문제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2024년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20대가 특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뉴스가 시발점이 된 기획을 위해, 김태욱(취업준비생)씨와 정혜빈(제1회 한겨레21 표지이야기 공모제 당선자·대학생)씨와 함께 만났을 때 도우리 작가는 ‘더현대 서울’이라는 공간 이야기를 꺼내들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세 명은 더현대 서울을 방문한 적이 없었습니다. 도 작가는 이 공간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세 명은 함께 더현대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팝업스토어에 들어가려 대기 순번을 등록하고, 두 시간 넘게 기다려 입장했습니다. 정혜빈씨는 “더현대에 직접 가봤더니 재밌으면 어떻게 하냐”고도 했지만 결론은 “나도 그렇게 트렌디한 거 할 줄 아는 사람이야, 나도 요즘 엠제트( MZ) 세대야, 약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하네요. 그 현장을 방문한 결과는 표지이야기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지난 이야기인 줄 알았던 ‘갓생’도 다시 회자한다고 도 작가는 전했습니다. 서울 홍대역 앞 카카오프렌즈 매장이 2023년 말 ‘갓생’을 키워드로 리뉴얼했습니다. 문학잡지 <악스트>도 2024년 1·2월호가 ‘갓생’이 주제입니다. MZ세대의 ‘갓생’이 전 세대로 번져가는 일단이 아닌가 생각입니다. <악스트>에서 많을 때는 ‘파이브 잡’ 생활을 해봤다는 강혜빈 시인은 “예전에는 여러 가지 직업을 가졌다고 하면 신기해하는 시선, 우려 섞인 말들, 정보 공유를 원하는 질문들이 쏟아졌는데 이제는 조금 줄었다. 투잡 정도는 심심찮게 보인다”고 말합니다.
얼마 전에 만난 40대 지인은, 짬이 날 때마다 휴대전화 화면을 눌러댔습니다. 누르면 돈을 쌓아주는 앱 때문입니다. 얼마나 버냐고 물었습니다. 멋쩍어하면서도 앱을 열어 확인해준바, 지난해 10월 편의점에서 가족 모두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것으로 탕진했는데 그사이 1만 포인트나 쌓였다고 합니다. 회사에서는 오전 9시15분에 어딘가의 장소에서 모인다고 합니다. 한 금융 앱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면 각각 ‘10원’이 적립되기 때문입니다. 점심 먹으러 가는 쪽에 있는 마포대로 앞 공원도 그런 장소입니다. 사람들이 가득 모여 서로의 앱을 교환해 10원, 10원 쌓아갑니다. 모르는 사람과 인사하는 기적을 일으킨 것이 10원 때문임이 놀랍습니다. 매일매일 물가 오른 뉴스가 빠지지 않습니다. 1월인데, 앞으로 살날 걱정이 많습니다.
구둘래 편집장 anyone@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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