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칩 이식”… 머스크의 도전, 축복될까 [뉴스 투데이]

이귀전 2024. 1. 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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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승인 8개월 만에 첫 임상
“뉴럴링크, 이식 성공… 환자 회복 중
사지마비 환자 의사소통 가능할 것”
AI 위협 맞선 대응이 ‘궁극적 목표’
동물 실험과정 안전성 논란 일기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29일(현지시간) 인간의 뇌에 처음으로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임상을 했다. 당장은 신체 손상을 입은 인간의 활동을 돕는 게 목표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AI)과 대결할 정도로 인류의 지능과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게 머스크의 계획이다.

머스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어제(28일) 첫 환자가 뉴럴링크로부터 이식(implant)받았다”며 “환자는 잘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어 “뉴럴링크의 첫 제품은 텔레파시(Telepathy)라고 불린다”며 “생각하는 것만으로 휴대전화나 컴퓨터는 물론 그것들을 통하는 거의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초기 사용자는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며 “스티븐 호킹(1942∼2018)이 타자를 빨리 치는 타이피스트나 경매인보다 더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호킹은 21세 때부터 근육이 위축되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을 앓아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한 세계적인 물리학자다.

뉴럴링크는 신체 손상을 입은 사람이 생각만으로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를 뇌에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치아 임플란트에 빗대 뇌 임플란트로 불린다.

첫 단계 목표는 BCI를 통해 컴퓨터 커서나 키보드를 제어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앞서 “선천적으로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나 눈을 한 번도 쓰지 못한 사람도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뉴럴링크의 첫 이식은 지난해 5월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을 승인받은 지 8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경추 척수 부상이나 루게릭병 등으로 인한 사지마비 환자를 임상 대상으로 모집했다. 머스크는 이날 이식 결과와 관련해 “초기 결과는 조짐이 괜찮은 뉴런 스파이크 탐지를 보여 준다”고 전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
블룸버그통신은 환자의 뇌로부터 기록을 얻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위스콘신대 중개신경공학연구소의 공동책임자 킵 루트비히를 인용해 보도했다. 뉴럴링크는 뇌 임플란트를 이미 시도한 블랙록 뉴로테크나 싱크론 등 경쟁사보다는 후발 주자로 분류된다. 뉴럴링크는 뇌에 2㎜ 미만의 깊이로 칩을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다른 BCI 기업인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가 개발한 장치보다 더 깊은 것이다.

뉴럴링크는 2016년 머스크가 약 1억달러(약 1329억원)를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AI 시대에 대비해 인간 두뇌와 컴퓨터·기계를 연결하는 특수한 칩과 섬유 전극을 개발 중이다. 해당 기술은 뇌전증·우울증 등 뇌 질환 치료에도 사용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이 회사의 가치는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로 추산됐다.

머스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AI 위협에 맞서 인간 뇌에 AI 칩을 심는 것이다. 인간이 AI처럼 똑똑해지면 영화 터미네이터가 묘사한 ‘머신(기계)의 반란’ 같은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다는 게 머스크의 논리다.

뉴럴링크는 첫 뇌-컴퓨터 연결을 앞두고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16년부터 동물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실험을 해 왔는데, 미국 하원의원 4명은 지난해 11월 “원숭이들이 컴퓨터 칩 이식 이후 마비와 발작, 뇌부종 등을 포함해 쇠약해지는 부작용을 겪었으며, 최소 12마리의 젊고 건강한 원숭이들이 안락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증권 당국에 머스크가 칩 이식 실험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호도한 적이 없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로이터는 뉴럴링크 전현직 직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2018년 이후 뉴럴링크의 실험으로 죽은 동물이 총 1500마리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뉴럴링크가 위험 물자 이동에 관한 미국 교통 당국의 규칙을 위반해 이달 초 벌금도 부과받았다고 전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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