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면세점의 추락…1년새 매출 4조 줄었다

안재광 2024. 1. 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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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3.7조…中고객 감소 영향
신라·현대 등 분기손실 수백억
사진=연합뉴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한국 면세점이 대규모 매출 감소와 영업 손실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큰손’ 고객인 중국인이 한국 면세점을 외면해서다. 국내 면세점은 해외 진출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지만 당분간 극적 반전은 어려울 전망이다.

3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3조7585억원으로 전년(17조8163억원) 대비 22.7%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25조원에 육박한 것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 첫해인 2020년에도 15조원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엔데믹이 도래했음에도 외형은 더 줄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이 찾아오던 코로나 때가 차라리 그립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던 한국 면세점들은 이제 이익은커녕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함께 한국 면세점을 대표하는 신라면세점은 작년 하반기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 160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4분기에 300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 커졌다.

롯데면세점도 지난해 4분기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공항 임대료와 특허수수료 감면분이 반영돼 이익이 났지만, 하반기에는 이마저도 없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작년 4분기에 100억원대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면세점은 따이궁과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몰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쌓아놓은 대량의 재고 처리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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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라 등 주요 면세점이 일제히 대규모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를 겪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중국 단체관광객 감소 때문이다.

면세점업계는 지난해 중국인 패키지관광객이 대거 몰려올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작년 8월 3년7개월 만에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전면 허용하자 기대가 커졌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2017년 ‘사드 사태’가 터지기 전만 해도 한국 면세점의 ‘큰손’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중국 여행사들이 저렴한 한국 패키지 상품을 내놓지 않은 영향으로 중국인의 여행 패턴은 단체에서 개별관광으로 바뀌었다. 개별관광객은 면세점에서 비싼 브랜드 제품을 사는 대신 대형마트, 다이소 등에서 저렴한 상품 위주로 쇼핑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개별관광객은 맛집을 찾아다니고, 한국인이 즐겨 찾는 유통매장에 가는 것을 즐긴다”며 “면세점에서 소비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중국인이 한국 면세점을 외면하는 근본 이유로 소비 트렌드 변화를 꼽기도 한다. 과거 한국 면세점은 중국 소비자의 화장품 도매상 역할을 했다. 면세점 매출이 정점이던 2019년 중국인 비중이 80~90%에 이르렀는데, 이들은 면세점에서 한국 화장품을 쓸어 담았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LG생활건강의 ‘후’ 등이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이 한국 면세점으로 몰려와 대량 구매한 뒤 중국으로 돌아가 되파는 게 하나의 산업이 됐을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인의 한국 화장품 구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 줄었다. 한국 고가 화장품은 랑콤 에스티로더 등 유럽과 미국 브랜드가 대체했고, 중저가 화장품에선 프로야 등 중국 로컬 브랜드가 치고 올라왔다. 광군제 등 중국의 대규모 쇼핑행사 때마다 상위권을 휩쓸던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한물간’ 브랜드 취급을 받았다. 따이궁을 유인하기 위해 한국 면세점들은 2021년 매출의 약 22%인 3조8745억원을 송객 수수료로 쏟아부었지만 이마저도 잘 통하지 않았다. 송객 수수료는 면세점이 따이궁을 보내주는 여행사에 대가로 주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궁지에 몰린 한국 면세점들은 중국 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최근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대규모 점포를 낸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해외 공항 면세점에선 이익을 내기 쉽지 않다. 경쟁입찰 탓에 임차료를 높게 써내지 않으면 매장을 열 수조차 없어서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큰 시내면세점이 살아나야 경영난이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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