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다시 미국으로”… 무역장벽 더 높인 트럼프

이지안 2024. 1. 30. 18: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선 성공 땐 모든 수입차에 관세 부과
멕시코 공장 가동 기아차 악영향 우려
무협 “IRA 철회 등 韓기업에 부정적 영향”

“자동차 산업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겠다.”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모든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재임 시절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물려 미·중 무역전쟁을 촉발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로 무장한 ‘트럼프노믹스 2.0’을 예고하며 글로벌 무역시장과 국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나는 모든 종류의 자동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지기를 원하며,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 관세 등의 수단을 동원해 미국 노동자와 함께 공장을 건설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썼다. 자국 내 자동차 공장 유치를 위한 수단으로 관세를 ‘무기화’하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해당 발언은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제 중국과 다른 나라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인 멕시코에 건물을 짓고 관세 없는 자동차를 미국에 판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전환 정책을 지지하는 페인 위원장이 “자동차 산업을 거대하고 강력한 중국의 손에 팔아 치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 업계의 55%가 이미 미국을 떠났고, 내가 당선되지 않으면 나머지도 곧 뒤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한다면 당장 멕시코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 한국의 기아도 사정권에 포함될 전망이다. 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폴크스바겐도 멕시코에 공장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겨냥한 중국 자동차업체는 멕시코에 아직 부품 공장만 보유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에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에 25%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 꾸려질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더 높은 무역장벽을 세우는 관세정책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연일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차 미·중 무역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7일 트럼프 선거 캠프에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60%의 관세율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중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25% 관세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서 들어오는 연간 3조달러(약 4000조원) 규모의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녹색 보조금 철회까지 고려돼 IRA 발효 후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한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30일 트럼프 캠프의 재선 공약인 ‘어젠다 47’과 보수 성향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를 분석한 ‘공화당과 트럼프의 통상 분야 공약 주요 내용과 시사점’ 리포트를 통해 이렇게 진단했다.

무협은 먼저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경제 회복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편적 관세, 상호무역법 등의 관세정책을 확대하고 대(對)중국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무협은 트럼프 캠프가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한국, 일본, 유럽, 멕시코 및 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을 지목한 만큼 한국도 보편적 관세 대상 국가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협은 아울러 바이든 정부의 기후 및 에너지 정책이 폐지·완화되고, 에너지 안보 및 공급 확보를 위한 정책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위기 대응 전략보다는 석유 및 천연가스 사용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자국 에너지 안보·공급에 치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자신의 선거운동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에서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히면서 “바이든 정부가 부자들을 위해 전기차 보조금으로 수십억달러의 세금을 지출하고 있음에도 일반 미국인들은 전기차를 살 여유도 없고 사용하기를 원치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으로 미국 자동차 가격이 폭등하고 일자리가 상실되는 등 자동차 산업이 파괴되고 있다고도 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도 트럼프 캠프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를 급진적으로 정비해 화석연료 생산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을 대폭 삭감할 것을 밝히며 IRA 백지화까지 언급했다는 것이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