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MBC '바이든-날리면' 심의 시작…언론계 "언론 장악 시도 중단하라"
류희림 "엄청난 국익 손실"...중징계 전망
언론계 '언론장악 시도' 강력 반발
①1심 판결만 난 상황 ②여야 6대 1 구도
③정권 비판 보도에 잇단 징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발언을 보도한 MBC 등 방송사들을 징계하기 위한 심의를 시작했다. 방송사들의 소명을 들은 후 이르면 다음 달 말 징계 수위를 결정할 전망이다. 언론계는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막으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류희림 “'바이든' 보도로 국익 손실”
방심위는 30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여권이 추천한 방심위원 4명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의 ‘바이든’ 발언 자막을 최초 보도한 MBC와 이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 등 9개 방송사 제작진의 의견 진술을 듣기로 의결했다. 의견진술은 징계 결정 전 대상자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주의 이상 법정제재를 가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대통령의 사적 대화가 보도할 가치가 있는지 저널리즘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며 “정치적 공방, 국격 추락 등 엄청난 국익 손실이 있었다”며 징계를 시사했다.
방심위는 31일 방송사 제작진의 의견을 들은 후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방심위 징계는 행정지도(의견제시·권고)와 법정제재(주의·경고·관계자 징계·과징금)로 나뉘는데, 중징계인 법정제재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법정제재를 받은 방송사는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을 받는다.
MBC는 2022년 9월 22일 윤 대통령이 미국 방문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마친 후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저개발 국가 질병 퇴치를 위한 재정기여금 책정안을)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고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라고 해명했고, 외교부는 MBC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2일 대통령 발언 판별이 불가능하다며 단정적으로 보도한 MBC가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지난해 5월 이 안건을 처음 논의했다가 재판을 이유로 보류했던 방심위는 심의를 재개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11214130004142)
언론계 "대통령 불리한 보도 무리하게 심의"
방심위 심의는 정권 비판적인 보도를 제재해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방심위 내부에서는 ①1심 판결 후 심의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그간 방심위는 법원 판결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의결보류’하고 확정판결 이후 심의해 왔다”며 “심의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보도가 윤 대통령을 불리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류 위원장은 30일 회의에서 “방심위는 법원 판단에만 의존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반드시 확정판결에 따라 심의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없다”고 말했다.
②여야 추천 위원 9명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구인 방심위가 여야 추천 비율 6대 1이라는 기형적인 구도가 된 직후 이 안건을 다루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등 26개 언론·시민단체는 이날 방심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류 위원장은 여야 6대 1 구도를 만들어 방심위를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방송통신검열위원회’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개월간 야권 추천 위원 6명 중 5명을 해촉했지만, 야권 추천 위원을 위촉하지 않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여권 추천 위원은 3명 위촉해 현재 여야 비율은 6대 1이 됐다. 유일한 야권 위원인 윤성옥 위원이 “거수기 역할을 할 수 없다”며 모든 심의 활동을 중단해 사실상 '6대 0' 구도다.
③지난해 9월 출범한 류 위원장 체제에서 윤 대통령 비판 보도에 대한 징계가 잇달았던 점도 문제로 꼽힌다. 방심위는 지난해 11월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보도한 방송사 4곳에 역대 최고 과징금인 1억4,000만 원을 부과하는 등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무마 의혹 관련 보도를 징계했다. 천공의 대통령 관저 개입 의혹 보도,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보도도 징계를 받았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헌법이 금지한 국가검열로 방심위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도구가 됐다"고 비판했다.
류희림에 반대한 팀장 11명 중 7명 강등
방심위 내부 논란도 격화되고 있다. 방심위의 29일 사무처 인사에서 지난해 류 위원장의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에 반대 목소리를 낸 팀장 11명 중 7명이 직원으로 강등되는 등 교체됐다. 류 위원장은 “연공서열, 보직자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인재를 원점에서 검토”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방심위지부는 “보복인사, 인사권 사유화”라고 반발하고 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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