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 막겠다고 거부권 쓴 윤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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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이태원 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이다.
더욱이 다수 국민의 참사 원인을 밝히자는 특별법안에 거부권을 들이댄 것은 참담한 일이다.
이번 거부권 행사의 책임 역시 윤 대통령이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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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이태원 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미리 예고한 대로 국회로 돌려보냈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지 11일 만이다. 국회 재의결이 바람직하지만, 기대하기 어렵다. 법안 발의 단계부터 한사코 반대해온 국민의힘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폐기된다고 봐야 한다.
이 법안의 원래 명칭은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다. 이름 그대로 피해자의 권리 보장,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상식적인 순서는 진상규명이 가장 먼저일 수밖에 없다. 유족이 얼음장 같은 길바닥에서 오체투지까지 해가며 간절히 바란 것도 진상규명이다. 왜 159명이나 되는 시민이, 세계적인 도시라는 서울 한복판에서, 그토록 짧은 시간에 희생됐는지는 여태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가 명확히 드러나야 나머지도 논의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일부 조항을 침소봉대하며 법안 자체를 거부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피해 지원 종합대책’이란 걸 들고나온 것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정확한 진상을 모르는데 배상·지원부터 하겠다니 본말전도 아닌가. 유족의 바람과도 거리가 멀고, 피해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사실 이 특별법안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사건 발생 즉시 엄정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다면 왜 국회가 나섰겠나. 참사 이후 15개월 동안 검경 등 수사기관은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했다. 진상은 물론 책임져야 할 ‘윗선’도 제대로 밝혀낸 것이 없다. 검찰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처벌을 미루고 뭉개다 기소심의위원회의 공개 권고를 받고 나서야 마지못해 기소했다. 이런데 누가 수사 결과를 믿겠나.
더욱 문제인 것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이다. 이날 거부권 행사는 횟수로 5번째, 법률안 건수로 9번째라고 한다. 취임 1년8개월여 만에 1987년 민주화 이후 ‘최다 기록 보유자’가 됐다. 역대 대통령이 모두 제한적으로 행사한 권한을 윤 대통령은 마구잡이로 동원하고 있다. 더욱이 다수 국민의 참사 원인을 밝히자는 특별법안에 거부권을 들이댄 것은 참담한 일이다. 정쟁을 핑계대지만, 진상규명 요구를 정쟁으로 몰고 간 것은 정부·여당 책임이 절대적이다. “비정한 대통령”이라는 유족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나. 이번 거부권 행사의 책임 역시 윤 대통령이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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