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폭주·거부권 악순환… 민생 발목 잡는 ‘대결 정치’ [뉴스분석-尹,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행사]

이현미 2024. 1. 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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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야권이 강행 처리한 이태원참사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가 또다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야당이 힘으로 밀어붙인 쟁점 법안을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막은 건 이번이 5번째로, 이로 인한 여야 갈등이 민생 법안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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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정치력 부재·野 선거 공세 맞물려
5번째 거부권에 관련 법안 9개 달해
중처법·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 등 표류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야권이 강행 처리한 이태원참사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가 또다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야당이 힘으로 밀어붙인 쟁점 법안을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막은 건 이번이 5번째로, 이로 인한 여야 갈등이 민생 법안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여권의 정치력 부재와 야당의 선거공학적 공세가 빚은 정치 실종으로 인해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30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국무회의 심의 결과에 대한 유가족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됐다.

정부는 법안이 규정한 이태원참사 재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이 사실상 여당 추천 4명, 야권 추천 7명으로 불공정하게 구성되는 점 등 법안의 ‘독소조항’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 법안은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 분열과 불신만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정부도 적극 수용할 것”이라며 “여야가 특별법안의 문제가 되는 조문에 대해 다시 한번 충분히 논의해 주시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정부는 특조위 구성은 거부하되 특별법에 담긴 지원 취지를 살리기 위해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재정 지원과 심리 안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영구적인 추모 공간을 건립하는 내용의 종합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시계제로’ 국회 서울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30일 서울 서강대교 위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건물이 뿌옇다. 1월 임시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하면서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재문 기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 각자도생의 사회라는 공식 선포”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 당 이태원참사특위 위원들은 이날 서울광장 앞 분향소를 찾아 유가족을 면담했다.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5번째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로 돌려보낸 법안은 양곡관리법부터 ‘쌍특검법’(김건희 여사·대장동 50억원 클럽 특별검사법)까지 9개에 달한다. 이는 야당과의 협상 대신 대통령 거부권에 의존하는 여당의 정치력 부재와 여야 협치를 외면한 윤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 쟁점 법안을 힘으로 밀어붙여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야당의 선거공학적 노림수가 빚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 인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 등 수많은 민생 법안이 표류했다.

그러는 사이 국회의원 연봉은 지난해보다 1.7% 오르는 등 국회가 국민 삶을 뒷전으로 한 채 제 잇속만 챙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24년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기준’에 따르면 올해 의원 연봉은 약 1억5700만원으로 확정돼 첫 월급이 지난 20일 의원들에게 1300만원가량씩 지급됐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이번 인상은 지난 2일 정부에서 의결한 공무원 봉급 인상률이 (선출직 공무원인) 의원들에게도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미·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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