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더 하네…' 중국 놀래킨 원숭이들의 고양이 학대
원숭이무리 짝짓기 행위 등 학대 속 고양이 폐사…
남은 두 마리 구했지만 동물권·인권 문제 '파장'
중국 동물원에서 벌어진 원숭이들의 고양이 학대가 중국 내 동물애호 여론과 맞물리면서 대륙 전체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원숭이우리의 쥐를 잡기 위해 방사한 고양이들을 원숭이들이 조직적으로 괴롭히는 모습이 관광객들에게 수차례 포착되며 사태가 불거졌는데, 고양이들이 구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인권 문제 등과 엮이며 여진이 계속된다.
30일 중국 관영 CCTV와 광밍망(光明?)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최근 쿤밍(昆明)동물원에서 원숭이들이 같은 우리 안에 살고있는 고양이 두 마리를 학대하고 죽인 사건이 폭로됐다. 비난 여론이 계속되고 현지언론이 취재를 시작하자 동물원 측은 소형동물보호협회를 통해 마지막 남은 두 마리를 구해 내보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론은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쿤밍동물원의 원숭이들이 고양이와 동거한 것은 지난 지난 2013년부터다. 당시 수백마리의 쥐들이 창궐하며 원숭이 먹이를 훔쳐먹었다. 새로 먹이를 줘도 그 때뿐, 사육사들이 보는 앞에서 쥐들이 원숭이 먹이를 물고 달아났다. 인공 설치류 방제를 여러차례 실시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고, 최종적으로 선택한 게 길고양이를 통한 쥐 사냥이었다.
동물원 측은 두 차례에 걸쳐 8마리의 고양이를 투입했고, 효과는 대단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원숭이우리의 쥐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 이후 새끼고양이 4마리가 태어났다. 수십마리의 원숭이와 12마리의 고양이가 한 우리에 살고 때로는 서로 털을 골라주는 모습은 중국 언론을 통해 수차례 화젯거리로 다뤄지기도 했다.
10년여 간 평화로운 동거가 이뤄지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달랐다. 원숭이들의 고양이 학대를 목격하고 촬영한 중국 네티즌들이 해당 영상을 온라인 플랫폼에 공개하며 문제가 드러났다. 한 네티즌은 CCTV 온라인판에 "원숭이들이 새끼고양이의 꼬리를 움켜쥐고 강제로 짝짓기 행동을 했고, 고양이들이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보였다"며 "동물원 측은 즉시 새끼고양이들을 구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복수의 증언과 함께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 속속 공개된 쿤밍동물원 원숭이 우리 영상을 보면 원숭이들이 새끼고양이를 둘러싸고 꼬리를 잡아 끌거나 도망치는 고양이를 집 안까지 끌고 들어가 괴롭히는 모습 등이 포착됐다. 보기에 따라 강제 짝짓기 행위 등 성적 학대로 해석될 만한 행위도 확인됐다.
이종 간 합사에 따른 사소한 갈등 내지는 놀이활동에 대한 오해일 수 있다는 중립적 여론도 있었지만 최근 고양이 두 마리가 원숭이들로부터 실제 죽임을 당하면서 비난론이 더욱 거세게 불붙었다. 이렇게 한 두 마리씩 고양이들이 사라진 가운데 원숭이 우리엔 두 마리의 고양이만 최종적으로 남은 상황이 됐다.
지난 26일엔 격분한 한 중국인 여성이 마지막 두 마리의 고양이들을 구출하겠다며 원숭이 우리로 뛰어들려고 시도하고, 경비원들이 간신히 이를 저지하는 사건이 동영상으로 그대로 전해졌다. 유명인들도 속속 고양이 구출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최고미녀라 불리는 유명 여배우 장신위(張馨予)가 "원숭이들이 고양이에게 하는 짓은 고문이나 다름없으며 막아야 한다"고 호소한 게 대표적이다.
결국 27일 마지막 두 마리의 고양이가 구출됐고, 고양이들은 베이징으로 옮겨 와 건강검진까지 받았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여론은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동물학대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이는 가운데 뜻밖에 인권문제까지 거론된다. 이번 고양이들에 대한 동정여론이 지난해 중국 청두에서 벌어진 맹견의 어린이 공격 사건 당시와 극명하게 대조된다는 자성의 여론이 일고 있다.
중국소동물보호협회는 이 고양이 두 마리를 내세워 후원 방송을 진행했는데, 두 마리 고양이가 나타나기 전 6개월여간 75만위안 모아졌던 방송후원금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230만위안(약 4.3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지난해 중국 청두에서 한 소녀가 사나운 개에게 물려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당시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후원방송을 실시했던 소녀의 부모는 딸을 팔아 돈을 벌려 한다는 원색적이고 악의적인 비난에 직면, 방송을 멈춰야 했다.
약 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바이두에서 활동하는 한 중국 네티즌은 "그냥 고양이들을 구해냈으면 되는 일이 반려동물 보호의 드라마로 변해버리고 이후 전개도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고양이가 구해지고 쿤밍에서 베이징까지 날아오는 과정을 24시간 전한 영상의 오른쪽 하단엔 모금링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중국에선 최근 많은 대형사고와 재난이 발생하고 있으며, 고양이보다 관심이 필요한 인간들이 훨씬 많다"며 "여론이 고양이들에 의해 독점되고, 연예인들까지 이를 언급하는 건 공공자원 침해 그 자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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