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승아양 스쿨존 참변' 음주운전 60대 남성, 항소심 시작

지난해 4월 10일 배승아양 참변 사고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대전일보DB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의자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이 30일 열렸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김병식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위험운전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방모(67) 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1심에서 방 씨가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것에 항소한 대전고검은 "숨진 피해자 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다른 피해자들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피해가 크다. 1심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 배경을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은 수사보고서와 유족 의견서를 제출하고, 또 다른 피해 아동의 후유 장애 진단 및 사실 조회 결과를 향후 증거 자료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방 씨 측 변호인은 항소심 첫 공판 직전 반성문을 두 차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판에선 가족들의 탄원서와 피해자를 위해 사찰에서 천도재를 올렸다는 내용이 담긴 참고 자료도 제출했다.

항소심에선 방 씨에게 적용된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와 위험운전 치사 혐의간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할지가 쟁점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방 씨를 두 가지 혐의에 대한 '실체적 경합범'으로 판단, 기소했다. 실체적 경합범은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것을 의미한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교통사고를 낸 것과,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해 배 양을 숨지게 한 것이 별개의 범행이라고 본 것.

김 부장판사는 "1심에서는 실체적 경합법으로 처리했지만, 이 사건은 1개의 행위를 여러 개의 죄로 법률 평가만 다르게 한 것이라서 '상상적 경합'인 것 같다"며 이와 관련한 의견을 양측에게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실체적 경합범은 가장 중한 죄의 처벌형을 기준으로 50%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지만, 상상적 경합은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으로 처벌한다.

다음 재판은 3월 12일 오후 2시 50분쯤 열릴 예정이다.

방 씨는 지난해 4월 8일 오후 2시 21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스쿨존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길을 걷던 배 양을 치어 숨지게 하고, 동행하던 9-10세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웃도는 0.108%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