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 10억 시대', 애꿎게 소환된 배우들…중요한 건 범인찾기가 아닌데 [MD포커스]

이승길 기자 2024. 1. 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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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드라마 촬영 현장 / 마이데일리 사진DB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드라마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가운데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 플랫폼 관계자들이 합리적인 출연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건설적인 방향으로 흘러야 할 사회적 공론 과정이 자칫 '회당 출연료 10억 배우'라는 자극적인 키워드에 매몰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5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드라마 산업의 위기와 해결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간담회를 최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드라마 제작 환경이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주연 배우들은 이제 출연료가 회당 10억에 달하는 게 현실"이라며 "제작사들은 그나마 드라마 편성이 용이하게 담보되는 연기자들의 요구에 맞춰 회당 수억 원을 지불해가며 제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는 또다시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최근 작품을 준비하면서 배우들의 캐스팅을 진행했는데, 회당 출연료를 4억원, 6억5천만원, 7억원을 불렀다"면서 "요즘 출연료 헤게모니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는 언론에서 보는 수치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급한다"고 토로했다.

제작비의 큰 부분을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에 쓰게 되다 보니 작품 전체의 완성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가격 대비 좀 더 합리적인 배우를 캐스팅하면 촬영이나 미술에 제작비를 더 투입해서 더 경쟁력 있고 작품성 있는 드라마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한 명의 배우에 올인해서 캐스팅하고, 사업적 경쟁력을 올리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의미 있는 논의가 오간 자리였지만, 간담회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대중의 관심은 '회당 출연료 10억을 받는 배우가 존재한다'란 키워드에 쏠렸다. 실제 일부 매체들은 '출연료 회당 10억 배우 대체 누구?' 등의 제목의 보도를 통해 유명 배우들의 사진을 나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드라마 촬영 현장 / 마이데일리 사진DB

'범인 찾기' 양상 속에 불똥을 맞는 피해자도 나왔다. 29일 뉴스엔은 "박은빈이 '하이퍼 나이프'의 출연을 논의 중인 가운데, 소속사가 회당 3억원의 출연료를 제시했으며, '네고 가능'이라 2억5000만원에서 3억원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배우들의 고가 출연료'가 이슈인 가운데 나온 보도는 부정적인 반응을 낳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개런티가 구체적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소속사 나무엑터스 관계자는 해당 보도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란 강한 입장을 내놨다.

'하이퍼 나이프' 제작사 블라드 스튜디오 대표 역시 "배우 박은빈의 출연료가 회당 3억원으로 논의 중이라는 보도를 접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다"면서 "저희가 작품 준비하며 박은빈 배우와 좋게 이야기 중인 것은 맞지만, 계약을 하지도 않았고, 아직 한두 차례 만나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런티에 대해 이야기를 자세히 나눈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산업의 위기와 해결 방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간담회에서 쏟아진 호소의 본질은 드라마 산업을 살리기 위해 출연료를 회차 단위로 지급하는 대신 총촬영 일수와 촬영 시간 등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등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출연료 가이드라인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장 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배우를 찾아내려하는 식의 '범인찾기' 식 논의로는 그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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