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먹는 시늉하다 레드카드... 황당 퇴장 역사는?

장민석 기자 2024. 1. 3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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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열린 요르단과 이라크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16강전은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요르단이 3대2로 이겼다. 후반 31분 이라크 스트라이커 아이만 후세인(28)이 2-1 역전을 이루는 골을 터뜨릴 때만 해도 승부의 추는 이라크로 기우는 듯했다.

대회 6호 골로 득점 선두를 내달린 후세인은 그라운드 주변을 천천히 달리는 ‘산책 세리머니’를 펼친 뒤 그라운드에 앉아 왼손으로 잔디를 먹는 시늉을 했다. 앞서 전반 추가 시간 요르단 야잔 알 나이마트(25)가 선제골을 넣고 선수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밥 먹는 동작을 한 것을 비꼬는 듯했다.

이라크 후세인이 역전 골을 넣은 뒤 ‘잔디 먹기’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그는 이 직후 옐로카드를 받고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후세인의 ‘잔디 먹기’ 세리머니는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주심은 곧바로 옐로카드를 꺼내들었고, 이미 경고 한 장이 있던 후세인은 퇴장을 당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규정 12조에 따르면, 득점을 한 뒤 상대를 조롱, 도발하거나 관중을 선동하는 행위를 하면 심판은 판단에 따라 경고를 줄 수 있다. 유니폼 상의를 벗거나 유니폼으로 얼굴을 덮어쓰는 경우, 골 세리머니를 하면서 지나치게 시간을 끄는 행위에도 옐로카드가 주어진다. 후세인이 물러나고 수적 열세에 몰린 이라크는 결국 요르단에 두 골을 얻어맞고 역전패를 당하며 쓸쓸히 짐을 싸게 됐다.

후세인처럼 골 세리머니를 하다가 경기장을 떠나는 황당한 장면은 축구에서 가끔 볼 수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카메룬의 뱅상 아부바카(32)가 브라질과 조별 리그 3차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선제골을 넣고 유니폼 상의를 벗는 바람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카메룬의 조별 리그 탈락이 이미 확정되어 있던 상황에서 경기 종료도 얼마 남지 않은 터라 주심은 웃으면서 레드카드를 꺼내들었고, 아부바카도 담담히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이탈리아 인테르 밀란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31) 역시 작년 4월 코파 이탈리아 준결승 1차전에서 세리머니를 하다가 두 번째 경고를 받고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후반 추가 시간 페널티킥 골로 1-1 동점을 만든 그는 유벤투스 관중석을 향해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몸짓을 한 뒤 큰소리를 계속 쳤는데 주심은 루카쿠가 팬들을 자극했다며 옐로카드를 꺼냈다.

우루과이 스트라이커 에딘손 카바니(37)는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었던 2014년 골을 넣고 활을 쏘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가 주심에게 경고를 받았고 항의하다 결국 퇴장 당했다.

네이마르(32)는 브라질 산투스 소속이던 2011년 득점 후 자신의 얼굴이 담긴 마스크를 거꾸로 썼다가 경고 누적으로 레드카드의 주인공이 됐다. K리그에선 2013년 전북 현대 이승기(36·현 부산)가 서울전에서 골을 넣고 유니폼 상의로 얼굴을 덮었다가 두 번째 경고로 퇴장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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