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도 '국가기밀' 정의 확대…"中연구·기업 실사에 영향 우려"

윤고은 2024. 1. 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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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판 국가보안법' 공공협의안 공개…'국가 기밀' 7유형 분류
(AFP=연합뉴스) 30일 홍콩 존 리(가운데) 행정장관 등 홍콩 관리들이 홍콩판 국가보안법의 공공협의를 이날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2024.1.30.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도 중국에 보조를 맞춰 '국가 기밀'의 정의를 확대하며 처벌 강화를 예고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이날 오후 '홍콩판 국가보안법' 초안에 해당하는 공공협의안의 내용을 보안국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108쪽 분량, 총 9개 장으로 구성된 공공협의안은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다룰 반역, 내란, 선동, 간첩활동, 외세 개입, 국가기밀 절도, 컴퓨터·전자시스템을 활용한 국가안보 위협 행위 등의 죄목을 공개했다.

이중 특히 관심을 끈 것은 '국가기밀 절도'다.

홍콩 정부는 처음으로 절도 대상이 되는 국가기밀을 ▲ 국가(중국)나 홍콩 문제에 관한 주요한 정책 결정 ▲ 국방이나 군대의 구축 ▲ 국가의 외교·외국 문제 활동, 홍콩의 대외 문제에 관한 기밀, 국가나 홍콩이 대외적으로 비밀을 지켜야 하는 기밀 ▲ 국가나 홍콩의 경제·사회 발전에 관한 기밀 ▲ 국가나 홍콩의 기술 발전이나 과학 기술에 관한 기밀 ▲ 국가안보나 홍콩의 안보 수호를 위한 활동, 범죄 수사에 관한 기밀 ▲ 중앙 당국과 홍콩의 관계에 관한 기밀 등 7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중국의 정치, 경제, 군사에 대한 연구와 중국 본토에 있는 개인·기업에 대한 실사 조사 등 지금껏 홍콩 기업과 학계가 전통적으로 수행해온 연구들이 모두 국가 기밀로 분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협의안은 경제, 과학, 외교, 사회적 비밀 등이 유출될 경우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외국은행과 헤지펀드 등의 비즈니스와 민간 연구시설, 외교관과 학자들은 해당 법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일부는 해당 법안이 인터넷에 대한 통제나 데이터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홍콩대 사이먼 영 교수는 로이터에 해당 법에 대해 아직 많은 부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외국 정치 기관'이나 '외국 에이전트' 모두를 광범위하게 정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외국 정부와 일부 끈이 닿는 사업이나 단체가 이 범주 안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홍콩판 국가보안법은 홍콩이 채택하고 있는 영국 관습법 기준과 양립할 수 있어야 하지만, 국가 기밀에 대한 중국의 개념과 법적 정의가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그것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홍콩이 오래 기다려온 홍콩판 국가보안법에 국가 기밀에 대한 정의를 확대할 계획을 포함했다"며 "새로운 법안은 국제 사회의 면밀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020년 중국이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은 서방 지도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미국은 해당 법 집행에 관여한 현 존 리 행정장관을 비롯한 여러 홍콩 관리들을 제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엄격한 코로나19 통제에서도 볼 수 있었듯 홍콩에 대한 공산당의 더 큰 통제는 외국인과 현지 주민 모두의 엑소더스를 촉발했다"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홍콩 경제는 회복에 분투하고 있고 증시는 침체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시행된 개정 반간첩법을 통해 간첩의 정의와 범위를 확대하면서 광범위하고 모호한 규정으로 외국 기업의 중국 활동을 위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그에 앞서 지난해 초부터는 일련의 컨설팅 회사를 단속하면서 외국 기관들이 중국의 국가 기밀과 핵심 분야 정보를 훔치기 위해 컨설팅 회사들을 이용한 것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2021년 9월 시행된 데이터보안법도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들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해당 법은 중국에서 수집하거나 생산한 데이터의 외국 반출을 차단하고, 위반 시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홍콩 정부는 이날 공개한 공공협의안에 대해 다음 달 28일까지 여론을 수렴한다.

앞서 홍콩은 2002년부터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해왔지만, 2003년 50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가보안법 반대"를 외치자 법안을 취소한 바 있다.

로이터는 "2003년과 달리 이번에는 해당 법이 '애국자'만으로 구성된 홍콩 입법회(의회)에서 형식적인 독회를 거친 후 쉽게, 비교적 신속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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