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연구원 “北, 접경국 분쟁에 핵무장 나선 인도·파키스탄 사례 원해”

김민서 기자 2024. 1. 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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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근본적 대남정책 전환’을 주장하며 남한을 핵공격 대상으로 공식화한데 대해 “북한이 궁극적으로 바라는건 인도ㆍ파키스탄처럼 미국 등 강대국이 중재ㆍ개입해 협상이 개시되는 상황”이며 “비핵화 협상보다는 사실상 핵군축 협상 성격을 내포할 가능성이 높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조선중앙TV가 29일 방영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날 신형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 시험발사 지도 모습./뉴시스, 조선중앙TV 캡처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성배 수석연구위원은 29일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 의도 분석:인도ㆍ파키스탄 사례 참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의도를 남북관계 맥락이 아닌 기존 핵보유국과 핵개발 국가들과 비교ㆍ분석한 결과 인도ㆍ파키스탄 모델을 가장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았다.

김성배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때 국정원 해외정보분석국장을 지낸 북한 전문가다. 김 연구위원은 국경을 맞댄 인도ㆍ파키스탄이 미국이나 러시아 등 강대국이 아니라 접경국과의 적대적 관계가 핵무장 동기로 작용한 점에 주목했다.

인도의 경우 중국의 1964년 핵실험이 가장 큰 자극제로 작용했고, 파키스탄과는 1948년부터 1999년까지 네 차례나 전쟁을 치렀다. 파키스탄의 경우에는 적대국 인도의 1974년 첫 핵실험이 핵개발 자극제로 작용했다. 인도ㆍ파키스탄은 1998년 핵실험 감행 이후 본격적인 핵무장 길로 들어섰고 양국 간 분쟁이 지속하고 핵 전쟁 위험이 고조되자 미국 등이 중재에 나섰다. 미국은 양국의 핵실험 직후인 1998년 6월부터 2000년 9월까지 인도, 파키스탄과 14차례 협상을 거친 뒤 2001년 ‘대통령 결정’을 통해 양국에 대한 완전한 제재 해제를 발표했다. 이후 미국은 2008년 인도와 원자력 협정 체결에 나섰고 이는 프랑스, 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과의 협정 체결로 이어졌다. 김 연구위원은 “인도ㆍ파키스탄 사례는 후발 핵보유국의 핵무장 추진시 접경국 간 지역분쟁이 촉진제로 작용했다”며 “핵보유국 지위를 승인받는 과정에서도 지역분쟁과 연관된 핵사용 위기가 하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핵무기 사용 대상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확대한 것도 핵무기 사용 개연성을 높임으로써 핵전쟁 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의 언사에는 분명 의도적 위기 조성을 위한 대내외 심리전적 측면이 있지만 그 효과를 증대하기 위해서라도 실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만큼 남북 사이의 크고 작은 충돌은 언제든지 전면전, 핵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건 인도ㆍ파키스탄 사례처럼 미국 등이 개입해 협상이 개시되는 것이라는게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특히 최근 러북 밀착관계 흐름에서 러시아가 중재자로 나설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북한의 핵전쟁 위협과 도발을 주저앉히는 조건으로 북한과의 원자력 협력이라도 추진한다면 핵보유국 지위 승인이라는 북한이 (원하는) 큰 그림이 현실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푸틴이 방북 등의 계기에 북한의 전략에 편승할 우려가 있는 만큼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 개입 가능성에 대한 사전 경고가 필요해 보인다”며 “러시아의 역내 영향력 확대에 대해서는 중국도 불편할 것이기 때문에 중러북 연대에서 중국을 이격시키는데 외교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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