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마다 뜨거운 한강벨트 … 민주 "사수" 국힘 "탈환"

이유섭 기자(leeyusup@mk.co.kr)위지혜(wee.jihae@mk.co.kr) 2024. 1. 30. 17: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총선 승부처로 떠오른 한강벨트 7곳 분석
2020 총선서는 민주 싹쓸이, 2022 구청장은 국힘 압승
아파트·중산층 밀집한 지역 … 실용적 투표성향 뚜렷
향후 공약·바람몰이에 따라 곳곳서 박빙승부 가능성

70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 비중이 높은 수도권에서 갈린다. 수도권에 걸린 121석은 서울 49석·경기 59석·인천 13석으로 나뉜다. 특히 서울 마포·성동·광진 등 이른바 '한강벨트'는 수도권 경합지 가운데서도 표심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매일경제는 △마포을 △중성동갑 △동작을 △광진을 △영등포을 △강동갑 △양천갑 등 한강벨트와 인접 지역구 7곳의 판세를 분석했다. 7곳 모두 현역 의원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이 '수성'을 노리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인지도 높은 인사를 앞세워 '탈환'을 벼르고 있다. 주요 후보자를 중심으로 격전지 분위기를 살펴본다. 다만 각 당 공천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내 경선 결과에 따라 후보자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마포을:한동훈 '자객' 정청래 잡을까

마포을은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을 가리켜 "우리 국민의힘 후보"라는 말을 했다가 '사천' 논란을 빚은 지역구다. 이 때문에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권고를 받는 등 잠시 당정 갈등이 일기도 했다. '조국 흑서'로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 저자인 김 위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유명세를 치렀고, '맞짱: 이재명과의 한판'이란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공천 신청 접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김 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알렸다. 한 위원장이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퍼포먼스를 선보인 이유는 지역구 현역이 다름 아닌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한 위원장이 법무장관 시절 국회서 가장 많이 충돌한 인물이면서 586 운동권 출신이다. 21대 총선 때 정 의원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김성동 전 의원을 상대로 17%포인트 차 압승을 거두기도 했다.

중성동갑:임종석 대 윤희숙 성사되나

중성동갑은 7곳 중 유일하게 현역이 지역구를 옮긴 곳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초을로 떠나기 전까지 성동을(19대)과 중성동갑(20·21대)에서 3선을 했다. 이름값 높은 정치인이 떠난 자리에 야권의 또 다른 유명 인사가 출마 선언을 했는데 바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임 전 실장은 홍 원내대표 전에 이 지역구에서 재선한 경력이 있다. 2012년 당시 임 전 실장이 같은 한양대 동문으로 친분이 두터운 홍 원내대표에게 지역구를 물려줬는데 12년 만에 되돌려주는 모양새다. 다만 임 전 실장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더 험지로 가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이 변수다.

국민의힘에선 윤희숙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윤 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복지 전문가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됐으나, 문재인 정부 당시 국민권익위원회가 윤 전 의원 부친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자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여당에서는 한 위원장이 "임종석과 윤희숙,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은가"라며 지원 사격을 이미 시작했다.

동작을 : 나경원·이수진 리벤지 매치

동작을은 4선 출신인 나경원 전 의원이 탈환을 노린다. 서울의 전형적인 '스윙보터' 지역으로 꼽힌다. 호남향우회 영향력이 강하고 중앙대, 숭실대 등 대학가가 위치한 만큼 진보세가 강하지만 정몽준 전 의원(18~19대)과 나경원 전 의원(19대 재·보궐, 20대) 등 보수 진영 유력 정치인이 연이어 당선된 지역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흑석동은 보수세가 강하고, 사당동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이수진 의원이 나 전 의원을 7%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 폭로자로 민주당에 영입된 이 의원은 당시 정치 신인이었다. 나 전 의원이 자진 불출마한 적은 있으나, 낙선한 건 4년 전이 처음이었다. 현재 나 전 의원이 지역구 활동에 집중하고 있어 리벤지 매치의 결과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동작을 출마설도 나온다.

광진을:고민정을 이기면 '이변'

광진을은 야권의 여성 정치인들이 장악해온 지역이다. 광진을 현역은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고, 그 전에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5선을 했다. 4년 전 총선에서 고 의원은 차기 대권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패배를 안기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2022년 8월 열린 전당대회에서는 정청래 최고위원에 이어 득표율 2위를 기록하는 등 당 안팎의 인지도가 높다. 국민의힘에선 오신환 전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신해 '설욕'에 나섰다.

오 전 의원은 관악을에서 재선을 했으나 이번에 지역구를 옮겨 금배지에 도전한다. 그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해 오세훈계로 분류된다. 오 전 의원은 30일 광진을 출마를 선언하며 "36년 민주당 일당 독주를 끊어내고 새로운 광진의 미래를 열어내겠다"고 밝혔다. 오 전 의원은 2015년 관악을 재보궐 선거에서 27년 만에 민주당 아성을 무너뜨린 전투력을 앞세운다.

영등포을:운동권 vs 보훈장관 출신

영등포을은 민주당의 '운동권 출신' 정치인과 국민의힘의 '검사 출신' 정치인이 정면 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현역 의원으로는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3선 김민석 의원이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정부 초대 보훈부 장관을 지낸 검사 출신 박민식 전 장관이 도전장을 냈다. 박 전 장관은 부산 북강서갑에서 재선 의원을 지냈다. 대결이 성사될 경우 '운동권 심판론'과 '검사독재 견제'가 맞붙는 빅 매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 영등포을은 여의도동과 신길7동 보수세와 신길동, 대림동의 진보세가 힘겨루기를 하는 곳이다. 여의도는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많고, 신길7동은 직업군인들이 다수 거주해 보수 고정층이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신길동이다. 최근 신길동이 뉴타운 건설과 집값 상승으로 보수세가 강해지는 추세로 보이기 때문이다.

양천갑:빼앗긴 '보수 텃밭' 표심은

황희 민주당 의원이 최근 두 차례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으나 그 전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16~18대)과 길정우 전 의원(19대) 등 보수당이 의원을 배출했던 지역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잃어버린 텃밭'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한 황 의원은 당내 부동산·도시 전문가로 꼽히며, 지역구의 도시재생과 목동 스마트시티 계획 등을 추진해 민심을 다졌다. 지난 선거 때도 보수당 후보를 6.9%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국민의힘에선 최고위원을 역임한 조수진 의원(비례대표)이 텃밭 탈환에 나서고 있다. 조 의원은 지역 당협위원장, 최고위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 등을 역임하며 4년간 착실히 경력을 쌓았다.

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미경 전 의원도 같은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여기에 당 비대위원인 구자룡 변호사까지 양천갑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 치열한 경선 3파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강동갑: 3선 진선미 상대할 자 누구

강동갑은 민주당이 '서울의 보수 확산세'를 잠재울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민주당에서는 여성가족부 장관 출신인 3선 진선미 의원이 수성에 나섰고, 국민의힘에서는 판사 출신 비례대표 전주혜 의원 등이 도전에 나섰다.

강동갑은 진 의원이 당선되기 전까지 16년간 보수 정당이 차지했던 지역이었다. 선거구 획정 문제도 변수로 남아 있다. 강동갑에서 민주당 강세 지역인 암사1·2동이 강동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갑은 강남 3구와 인접한 지역이다. 명일동, 고덕동, 암사동 등의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보수세가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3%포인트 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겼으나 제8회 지방선거에서는 '한강벨트' 격전지 중 가장 득표율 차이가 많이 나는 곳이기도 하다.

변호사 출신인 진선미 의원에 도전장을 낸 사람 중엔 판사 출신인 전주혜 의원이 주목된다. 전 의원은 여당에서 원내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강동갑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도 이곳에서 금배지를 노린다.

[이유섭 기자 / 위지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