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갚으려면 내년부터 세수 절반 투입 … MZ세대만 독박
재정수지 2022년 86조 적자
2040년엔 131조로 급속 악화
"미래세대 부담 증가 고려 땐
확장 재정 타당하지 않아"
재정부담 놓고 세대 갈등 우려
격차 줄일 건전성 지표 구축을
다음달 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경제학계 최대 행사 '2024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는 인구 충격 대응 학술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상 초유의 인구 감소 추세가 매년 계속되며 경제가 흔들리자 이를 학술적으로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 0.7명 선이 무너져 세계 최저 기록을 다시 썼을 것이 유력한데, 내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경제 주축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세대 간 회계를 통한 재정지속성 평가' 논문을 통해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재정 지출을 놓고 세대 간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 감소로 일손이 부족해지는 상황 이외에 또 다른 전선이 우리 사회에 등장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전 교수는 현재 재정적자·정부 부채를 갚기 위해 내년 조세·사회보험료·부담금을 일시에 올리면 연간 조세 총액의 41.9%에 달하는 돈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이 같은 부담은 대부분 미래 세대가 짊어진다. 재정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2000년 이후 태어난 세대는 생애소득의 약 40%를 세금(순조세부담)으로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미 각종 복지급여를 많이 받은 1950~1960년대생은 생애소득 중 세금으로 내야 할 몫이 10~15%에 불과했다. 현재 경제 주력인 1970~1980년대생도 순조세부담률이 20~40%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막대한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감안하면 '나랏돈을 더 풀 여력이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게 전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미래 세대의 부담이 대폭 증가한다는 추계를 고려하면 현시점의 국가 부채가 주요국에 비해 적기 때문에 아직 확장적인 재정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실제 법령에 따라 반드시 세금을 떼어줘야 하는 복지 의무지출이 급증하면서 국가 재정은 급속도로 약해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기획재정부의 중기 지출계획을 분석한 결과 12대 예산 중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폭이 가장 컸다. 2014년 106조원이었던 관련 예산은 2022년 200조원을 넘어서더니, 지난해 226조원까지 늘었다. 2027년에는 273조원으로 전체 총지출의 37.1%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나랏빚은 더 크게 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2022년 1068조원이었던 국가 채무는 복지 분야 법정지출을 비롯한 경직성 비용이 늘면서 2030년 1842조원으로 급증한다. 2040년 국가 채무는 3000조원 선을 찍은 후 2070년 7138조원까지 불어난다.
통합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값)는 2022년 86조원 적자에서 2030년 51조원 적자로 다소 나아지지만 2040년 131조원, 2070년 459조원 적자로 크게 악화한다. 전 교수는 "급격한 정부 재정구조 변화가 예상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부채라는 기존의 재정건전성 지표의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기존 재정건전성 지표를 보강하기 위해 세대별 재정 부담 정도를 측정할 새로운 잣대(세대별 회계)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업종별 일손 부족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강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21~2031년 급격한 인구·기술 변화를 겪은 후 산업별 노동력 부족 규모를 추산했다. 2031년 이후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가장 많은 36만6000명의 일손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돼 인력 수급에 적신호가 커졌다. 토목을 비롯한 전문직 공사업(12만7000명), 육상운송업(11만8000명), 소매업(9만8000명)도 노동력 부족 사태가 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해지는데, 돌봄 인력 위주로 타격이 심해질 전망이다. 노인이나 영유아를 둔 가족들의 경제활동이 압박을 받으며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공산이 커졌다. 전체 고령자 중 돌봄 서비스 이용 비중은 2021년 12.2%에서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2035년에는 23.4%로 뛰며 가계 부담을 키울 것으로 관측됐다.
이 교수는 "인구 변화로 산업, 직종 간 노동 수급에서 불균형 문제가 커질 것"이라며 "돌봄 인력 공급을 양적으로 늘리고 질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의 구조 변화와 시사점' 주제 발표를 통해 "임금 격차 확대와 고령화 등으로 인해 시장소득 기준 소득 분배가 나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활력이 낮아지며 최근 10년간 기업 성장 속도가 미국에 비해 두 배 이상 느려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기업 분업 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중심의 소재, 부품, 장비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화 산업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환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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