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눈덩이·당국 압박에…ELS, KB·신한銀도 판매 전면 중단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유준호 기자(yjunho@mk.co.kr)양세호(yang.seiho@mk.co.kr) 2024. 1. 30. 17: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대銀 투자자 확정손실 3114억
판매중단 결정안한 우리銀도
닛케이225 상품은 안팔기로
홍콩H지수 5300선 유지되면
상반기 4조 이상 피해 늘수도
당국"ELS 은행판매 적합안해"
홍콩 H지수가 하락세를 면치 못함에 따라 국내 주요 은행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의 확정 손실액이 이달 들어서만 3000억원을 넘어섰다. ELS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이 30일 국회 소통관을 찾아 국회의원들에게 보낼 탄원서를 쌓아둔 채 은행들을 규탄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KB국민·신한은행이 결국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작년 10월부터 ELS 관련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한 NH농협은행과 29일 판매 중단을 결정한 하나은행까지 국내 5대 은행 가운데 4곳에서 ELS 관련 상품 판매를 포기한 것이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투자자 손실에 당국 압박까지 강해지면서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KB국민·신한은행은 각각 30일 ELS 관련 상품인 주가연계신탁(ELT)과 주가연계펀드(ELF) 등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으며 차후 시장 안정성 및 소비자 선택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매 재개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 역시 "ELT와 ELF의 기초자산으로 주로 편입되는 S&P500, 유로스톡스50, 닛케이225 등 주요 주가지수가 최근 10년간 최고점을 형성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능동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ELS 관련 상품 대신 채권형 상품 등 대안 상품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판매 중단일은 다음달 5일이다. 아직 판매 중단 결정까지는 내리지 않은 우리은행도 현재 고점으로 판단되는 닛케이225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관련 상품 판매는 하지 않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선제적으로 대응한 NH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은행들이 급작스럽게 ELS 판매 중단에 동참한 것은 금융당국의 부정적 태도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에서 ELS와 같은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데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문제이지, ELS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은행권의 항변도 있지만 당국 입장은 다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ELS는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데도,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최대치는 10% 남짓이라 상단은 제한된 반면, 손실을 보면 50~60%까지도 원금을 까먹을 수 있어 하방이 열려 있는 특이한 구조"라면서 "이런 상품을 '안전 상품'이라고 하며 판매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홍콩 H지수가 워낙 요동치며 문제가 커졌지만, 비단 홍콩 H지수 기초자산 상품뿐만 아니라 ELS라는 상품 자체가 은행에서 판매할 성질이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LS 사태 피해자들은 연일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날 ELS 피해자모임과 금융정의연대는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들은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며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해 피해자를 기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정확하게 점검하고 판단해 관련 법에 따른 배상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주길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ELS 관련 피해액 규모는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매일경제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을 대상으로 올 들어 29일까지 집계한 ELS 확정 손실은 3114억원에 달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도 976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홍콩 항셍지수 가운데 중국 빅테크 기업을 모아 만든 'H지수'는 현재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국내 ELS 관련 상품 가입은 2021년과 2022년에 몰렸는데, 당시 홍콩 H지수는 1만2000까지 올라갈 정도로 활황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29일까지 홍콩 H지수 평균은 5300에 머무르고 있다.

매일경제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개 은행의 예상 손실을 홍콩 H지수가 현재 수준(5300)에 머무를 경우를 가정해 집계해본 결과 1월 만기분은 3000억원대 초반 정도이지만, 2월 만기분은 손실폭이 더 커져 6900억원대로 추산된다. 3월 만기분은 7000억원대, 만기가 집중되는 4월분은 1조2000억원대까지 예상 손실액 규모가 커지고 있어 홍콩 H지수 반등 없이는 피해액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홍콩 H지수 수준이 유지될 경우 올 상반기 5대 은행에서 판매한 ELS 관련 상품 투자자는 다 합쳐 4조원이 넘는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박인혜 기자 / 유준호 기자 / 양세호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