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전기차사업부 '암페어' 분사·기업공개 계획 철회

글로벌 전기차시장 둔화 영향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면서 업체들이 투자 계획을 속속 축소하고 있다.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그룹은 전기차 부문 암페어(Ampere)를 분사해 올봄 기업공개(IPO)하려던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르노그룹은 "현 주식 시장이 IPO 절차를 진행하기에 최적의 상황이 아니다"며 "주식 시장 상황과 르노그룹의 현금 창출 능력을 고려해 암페어에 대한 IPO 절차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르노그룹의 현금 창출 능력이 예상보다 탄탄해 IPO 필요성이 줄었다는 해명이지만, 속내는 '일보 후퇴'에 가깝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며 암페어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IPO 계획 철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르노그룹은 2022년 암페어 분사 계획을 공개하면서 올봄까지 상장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IPO로 투자금을 모집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었다.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암페어는) 테슬라 및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 대적할 유럽 내 라이벌"이라며 "100억유로(약 14조4000억원)의 가치를 지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후인 11월 르노 측은 "시장이 암페어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한다는 느낌이 들 때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IPO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의 문을 열어뒀다.

최근 1년 사이에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관련 종목들은 대부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 BYD는 올해 들어 주가가 각각 26.23%, 7.35%(29일 종가 기준) 급락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IPO 시장도 크게 얼어붙었다. 지난해 유럽 지역에서 IPO를 통해 모집된 금액은 102억유로로 전년(156억유로)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다.

르노그룹은 2025년 암페어가 손익분기점을 넘을 때까지 자체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르노그룹은 암페어가 작년 11월부터 자율주행차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