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거점화로 '빅5' 쏠림 완화···지역 공공병원에 3000억 지원
■ 정부, 가용가능 정책 총동원
의료 전달체계 정상화 최우선으로
상급병원 중증질환 시범사업 시행
3개 병원에 4년간 3600억 투
필수의료과 전공의 근로여건 개선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 확대도 추진
정부가 2월 1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악화 일로인 지역·필수의료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모든 정책이 총망라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국립대병원 등 지역 거점화로 수도권 빅5 병원 쏠림을 완화하고 지역 공공병원 강화에 3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지역의료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파격적인 보험 수가 인상과 인프라 개선으로 응급실 뺑뺑이를 줄여 필수·지역의료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책정된 정부 예산과 건강보험 재정은 1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박은철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붕괴된 필수의료 분야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1조 원, 많게는 2조 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가장 우선으로 추진할 정책은 의료 전달 체계의 정상화다. 수도권 ‘빅5’ 상급종합병원이 전국의 의료 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지역·필수의료 체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필수의료 혁신 전략을 발표할 당시 정부는 국립대병원이 각 지역에서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확립할 수 있도록 우수 인력을 보강하고 인프라 첨단화, 혁신적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립대병원에 대한 중장기 투자 규모는 다음 달 1일로 알려진 정부 발표에서 최종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질환에 집중하고 일반 외래는 지역 병원으로 회송하는 시범사업도 추진된다. 25일 정부는 삼성서울병원과 울산대병원·인하대병원을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또 이를 위해 4년간 3600억 원을 지원금으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축적된 지표를 바탕으로 사업 대상을 넓히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권역별로 지방자치단체와 권역 책임의료기관이 중증·응급 심뇌혈관, 지역의료 균형, 포괄 의료 서비스 가운데 한 분야를 선택해 진료할 경우 건강보험으로 보상하는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도 올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3년간 500억 원을 투자해 권역 내 의료기관들이 협력해 진료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해줄 계획이다.
악화 일로인 지역 공공병원을 살리기 위한 사업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올해 지역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에는 1939억 원, 공공병원 경영 혁신 사업에는 1000억 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의료 인력 양성과 수급 관리를 위해서는 291억 원이 별도로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필수의료 분야의 핵심인 소아 진료, 분만에 대한 보험 수가도 파격적으로 인상됐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소아 진료 정책가산금을 신설했는데 연간 3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분만 수가는 지난해 12월부터 인상됐고 연간 2600억 원의 건보 재정이 투입된다.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수가를 대대적으로 인상하기 위해 건보 재정 내 ‘혁신 계정’ 또한 신설된다. 관련 내용은 다음 달 초 나올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년)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지역의료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지역의료 지도’ 개발이 추진된다.
필수의료 분야 지원을 기피하는 전공의에 대한 근로 여건 개선과 의료인의 법적 부담 완화 등 제도 개선도 동시에 추진된다. 정부는 전공의의 연속 근무시간을 개선하고 수련 비용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확대하기 위해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 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예정이다. 의료인에 대한 민형사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의료 배상책임보험 가입 또한 지원한다.
정부가 각종 예산과 파격적인 보험 수가 인상 등을 통해 1조 원이 넘는 파격적인 필수의료 패키지를 마련한 데는 필수의료 확대 정책의 핵심 방향 중인 하나인 의대 정원 증원을 위해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제 조건으로 필수의료 지원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보험 수가 인상과 예산 지원을 하더라도 의료계에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폄훼할 가능성이 높다”며 “굳이 의대 정원 증원을 위한 당근이 아니더라도 필수의료 분야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prodig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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