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카페 '출점제한'과 '죄수의 딜레마'
동종업계 간 자정 필요해
가맹점주·소비자 이익 생각해야
가끔 집 근처에서 업무를 볼 때가 있습니다. 주로 카페를 찾곤 하는데요. 직업적 특성이랄까, 특정 카페만 가기보다는 다양한 브랜드의 카페들을 돌아가면서 찾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이 정말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메가커피에서 걸어서 1분이면 컴포즈커피가 있구요. 거기서 또 1분만 가면 스타벅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빽다방,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는 없냐구요? 당연히 있습니다. 개인 카페를 더하면 한 블럭에 카페가 4~5개 이상 자리잡고 있죠.
업계에서도 이런 점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른바 '근접출점'입니다. 근접출점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업계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업종이 모여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부분은 '경쟁이 과열되면 좋지 않다'는 데 동의합니다. '출점제한' 규제를 업계에서 스스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근 식품업계에서도 이 '근접출점' 때문에 이슈가 있었습니다.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튜버가 탕후루 매장을 오픈하려 했는데, 바로 옆에 이미 탕후루 매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인데, 바로 옆에 똑같은 업종 매장이 있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합니다.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그래도 바로 옆에 같은 종류의 매장을 내는 건 문제라고 합니다. 이 이슈는 해당 유투버가 매장을 열지 않겠다고 밝히며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근접출점'을 둘러싼 논의는 여전합니다. 근접출점, 어디까지 괜찮고 어디부터는 문제인 걸까요.
'근접출점' 대표주자, 편의점
유통업계에서 근접출점 논의가 가장 치열한 곳은 편의점입니다. 국내 톱 3 편의점의 점포 수를 더하면 5만개에 가깝습니다. 이마트24 등 중견·중소 편의점을 모두 합하면 5만개가 넘죠. 국민 1000명당 1개 꼴입니다.
그만큼 편의점업계는 일찌감치 근접출점 관련 진통을 겪었습니다. 이때문에 업계가 자체적으로 기준도 세웠습니다. 지난 2018년 12월 제정한 '편의점 산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자율규약)'이 그것입니다.
이 자율규약에 따르면 신규 오픈하는 편의점은 지자체 기준에 따라 50~100m 이내에서는 출점을 할 수 없습니다. 최소한의 상권을 지켜주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기존에 편의점이 영업하던 자리라면 브랜드가 바뀌더라도 오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규제로 불립니다.
이미 핵심 상권에서는 한 건물마다 편의점이 자리잡은 상황에서 규제가 생기니, 실제 규제 효과는 높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이 때문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카페 골목 가능한 이유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더 치열합니다. 자사 브랜드 매장끼리는 근접출점을 꺼리지만, 경쟁사 브랜드가 있는 곳에는 공격적으로 출점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이디야커피,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중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출점 경쟁에 나서면서 한 거리가 순식간에 '카페골목화'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부도 이런 출점 경쟁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규제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모범 거래 기준'을 도입해 기존 가맹점에서 반경 500m 이내 신규 출점을 금지했었죠. 하지만 2년 만인 2014년 이 기준을 폐지했습니다.
해당 규제가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족쇄로 작용했지만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내는 스타벅스에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출점 제한에 걸려 주춤한 새 스타벅스는 매년 수백 개의 매장을 내며 우리나라에 '스타벅스 공화국'을 세웠습니다.
사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의 경우 편의점처럼 자체 규제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상위 4~5개사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편의점과 달리,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중소 브랜드들이 난립한 상황입니다. 공정위 가맹사업거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커피 업종에 등록된 브랜드 수는 총 933개에 달합니다. 전체 매장 수는 10만개를 돌파했습니다. 목소리를 한 데 모으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상생'의 기준
'죄수의 딜레마'라는 말을 아시나요. 게임이론의 하나로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오히려 불이익을 얻게 되고, 서로 협동하는 것이 최선의 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근접 출점 역시 같은 원리입니다. 우리 브랜드가 매장 하나를 더 내면 당장은 매출이 더 나오겠지만, 길게 보면 경쟁이 과열돼 오히려 매출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옵니다.
결국 해결책은 각 업계의 자정에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출점 경쟁을 하기보다는 각 매장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눈 앞의 이익을 따지느라 제 살 깎아먹기 경쟁에만 나선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가 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카페 옆 카페'든 '편의점 옆 편의점'이든 소비자들은 신경쓰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편하고 선호하는 곳을 찾습니다.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을 유인할 자체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모두가 함께 생존할 수 있는 '상생'의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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