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스펠링 비(Spelling 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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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석학 시바 료타로는 "한국인은 한글의 독창성을 크게 자랑하고 있지만, 한글의 위대성은 세계의 문자 체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든 문자의 보편성에 있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세계 각국이 전성기를 맞이할 때 최고지도자는 언어 정책으로 그 나라의 위명을 키웠다.
강대국의 증좌가 그 나라 언어의 확산을 통해 입증되는 것이라면 이제는 세계를 매료시킬 매력적인 문화 콘텐츠로 한글과 한국어를 발전시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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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석학 시바 료타로는 "한국인은 한글의 독창성을 크게 자랑하고 있지만, 한글의 위대성은 세계의 문자 체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든 문자의 보편성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대왕과 성삼문, 신숙주 등 당시의 수재들이 몽고의 파스파 문자, 인도의 산스크리트 문자, 굽타 문자까지 연구하고 집대성해 만든 점에 주목했다. 모든 언어에서 두루 통하는 보편성에 기반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대왕께서도 "슬기로운 자는 한나절이면 깨치고 어리석은 자도 열흘이면 익힐 수 있다"고 하셨다.
지금 한국어는 'K 문화' 열풍을 타고 전 세계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 CNN 조사에 의하면 한국어 학습 인구는 전 세계 언어 중 7위다. 24년 전 세워진 미국 미네소타주의 콘코디아 언어 마을에서 한국어 마을인 '숲속의 호수'는 최근 입학하기가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입장권 구하기만큼이나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다.
해외 젊은이들 사이에서 부는 한국어 배우기 열풍을 한때의 유행으로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세계 각국이 전성기를 맞이할 때 최고지도자는 언어 정책으로 그 나라의 위명을 키웠다. 영국의 극성기 빅토리아 여왕 시절 셰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고, 로마는 로마 문자로 역사를 점령했다. 미국에서는 전 세계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단어 경시대회를 연다. 이를 스펠링 비(Spelling bee)라고 하는데, 각 학교 및 지역 대회를 거친 최종 우승자에게는 백악관 초청뿐 아니라 3만달러라는 큰 상금과 영예가 주어진다.
강대국의 증좌가 그 나라 언어의 확산을 통해 입증되는 것이라면 이제는 세계를 매료시킬 매력적인 문화 콘텐츠로 한글과 한국어를 발전시켜야 할 때다.
5000년 민족의 언어문화를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비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외국인이 정확하고 아름다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권위 있는 기관에서 낱말을 검증하고, 한국어 문법과 어법에 관한 교수법을 체계화해야 한다. 세종학당을 괴테문화원처럼 해외에서 더욱 활성화해 한국 문학과 문학가를 소개함으로써 노벨 문학상을 향한 사다리를 놓는 것도 매우 중요한 비전이다. 한글은 물론 한옥을 체험하고, 한식을 먹어보고, 한복을 입어보고, 국악의 흥을 느낄 수 있는 문화공간 마련도 필수다.
필자는 12년 전 행복도시건설청장 시절 세종시의 도로, 학교, 교량, 동 이름을 순우리말로 짓도록 했다. 그 결과 다솜로, 아름동, 한빛초, 금빛노을교처럼 아름다운 순우리말 이름이 세종의 도시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가의 한글날 기념행사를 세종시에서 개최하고 제1회 어린이 한글대왕 선발대회(spelling bee)도 열었다. 이 대회가 한국을 넘어 세계 대회로 발전하길 염원한다. 아름다운 한글의 꿈, 그것이 곧 세종대왕의 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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