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생 주차장 기준, 세대당 0.26대로 ‘대폭 완화’… 만성 주차난 심화 우려도
이르면 오는 3월부터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차장 설치 기준이 대폭 완화된다. 주택 100%로 구성된 도시형생활주택을 중심상업지역에 짓는 것도 허용된다. 교통조건이 우수한 역세권에 청년·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도시형 생활주택을 더 많이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이같은 대책을 마련한 것은 향후 2~3년내 주택 인허가·착공이 줄어들면서 청년·1인가구의 주거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섣부른 규제 완화로 주차난이 심해지고 밀집도가 과도해지면, 화재, 지진, 홍수 등 도시형 재난에 취약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10 공급대책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의 후속 조치로 11개 시행령·행정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30일 밝혔다. 시행령 개정 시점은 이달 초 제시한 4월에서 3월로 한달 앞당겼다. 제22대 총선이 4월로 다가온만큼, 법 개정이 필요 없는 대책부터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우선 도시형 생활주택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중심상업지역에 도시형 생활주택을 공급할 경우 주상복합이 아닌 주택 100%로 짓는 것을 허용하도록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이는 3월말 개정 후 6개월간의 경과규정을 거쳐 이르면 9월 시행될 예정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방 쪼개기 규제’도 사라진다. 앞으로는 전용면적 30㎡ 미만이더라도 주방과 원룸을 분리하는 ‘1.5룸’이나 ‘투룸’으로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30㎡ 이하는 ‘원룸’으로만 구성해야 하고 30㎡ 이상 60㎡ 이하는 전체 세대의 절반 이하까지만 침실 3개까지 설치할 수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 주차장 규제도 완화된다. 주차장 설치가 어려운 도심 소규모 부지에도 도시형 생활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도시형 생활주택에 쏘카·그린카 같은 공유차량 주차장을 1대 설치할 경우 이를 일반 차량 주차장 3.5대로 간주하기로 했다.
현재 100세대가 거주하는 도시형 생활주택에는 총 60대의 주차공간이 필요하다. 만약 주차장의 50%를 공유차량 전용으로 설치한다면, 앞으로는 일반주차장 30대에 공유차량 주차장 14대를 더해 총 44대만 있으면 된다. 정부는 이 경우 세대당 주차대수가 0.6대에서 최소 0.26대로 절반 이상 줄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이같은 규제완화가 도시형 생활주택에 사는 거주자들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밀집도가 높아지면서 화재 등 도시형 재난에도 더 취약해질 수 있다. 2019년 128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도시형 생활주택 화재사고’는 주차 공간 부족이 소방차 진입 지연으로 이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도시형 생활주택은 일반 주택보다 완화된 주차장 기준을 적용받은데다, 동간 간격도 좁아 옆 건물로 화재가 옮겨붙기 쉽다는 지적이 도입 초기부터 있었다”며 “주차장기준이 완화될수록 주차난이 심화해 화재 진압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가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시형 생활주택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역세권에 주로 지어지는데다, 자가승용차가 없는 청년층 가구가 주로 거주하기 때문에 주차장 수요가 일반 공동주택처럼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피난방화규칙 역시 일반 공동주택이랑 동일하게 적용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1~2인 가구의 차량 보유 유인이 커진 상황이라는 점을 간과한 대책이라는 반박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만큼 청년층이 차량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높지 않다”며 “청년·신혼부부가 많이 사는 오피스텔도 주차난 심화로 세대당 1대로 주차장 기준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재개발 노후도 요건도 2/3 이상(66%)에서 60%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신축 빌라가 있어 재개발 추진이 불가능했던 지역 등 재개발 가능 대상 10% 가량 늘어난다.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지원 임대주택에 적용하는 용적률 완화 범위는 ‘조례로 정한 용적률 기준의 최대 1.2배’에서 ‘용도지역별 최대 한도’로 확대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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