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웃지 않았던 스프링캠프 출국…주장 나성범은 “우리가 할 것에 집중” 양현종은 “서서히 하나가 되자”[스경X현장]
30일 인천국제공항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스프링캠프지로 떠나는 프로야구 각 구단의 선수들로 북적였다.
이날 삼성, 한화, SSG, NC, LG 등이 전지훈련을 떠나며 2024시즌을 향한 희망찬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KIA는 웃을 수 없었다. KIA 선수단도 이날 오후 호주 캔버라로 떠나기 위해 공항을 찾았다. 공항에 도착한 선수단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캠프 출국 직전 닥친 예상치 못한 악재 때문이다. 김종국 KIA 감독이 후원사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KIA 구단은 지난 29일 김 감독과의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선수단이 출국하는 이날 오전 김 전 감독은 장정석 전 단장과 함께 피의자 심문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감독 없이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게 된 KIA 선수단은 광주에서부터 무거운 마음을 안고 인천으로 향해야 했다.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만큼 미디어의 관심도 컸다. 선수단이 탄 버스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는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짐을 가지고 수속 절차를 밟았다.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공항을 찾은 팬들에게 쉽게 웃을 수도 없었다.
올시즌 주장을 맡은 나성범의 어깨도 더 무거워졌다. 나성범은 이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단이 뭐라 이야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스프링캠프가 시작됐으니까 집중적으로 시즌 개막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할 것 같다”고 했다.
나성범은 “오랜만에 보는 선수들도 있어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렇게 되어버렸다. 좋게 한다고 해도 조금은 어둡다”라며 “그래도 선수들이 고개숙인다거나 그런 것보다는 우리는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단지 새 감독님이 빨리 와서 팀을 다시 시작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호주에 들어가서는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통해서 선수단과 가교의 역할을 할 예정이다. 나성범은 “진갑용 수석코치와 대화를 많이 해야될 것 같다”며 “선수들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마저도 분위기가 다운된다면 한 시즌 망할 수도 있다. 어서 빨리 분위기 전환을 해야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마음을 다졌다.
팀 투수진의 중심인 베테랑 양현종도 같은 생각이다. 양현종은 “광주에서 출발할 때 심재학 단장님이 선수단이 있는 자리에서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선수들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시즌만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 말을 전했다.
선수들이 자신이 맡은 몫을 하다보면 감독의 공백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양현종은 “스프링캠프 때에는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신다. 캠프 초반에는 감독님이 나서거나 하는 상황이 많이 없다”라며 “‘감독님의 빈 자리를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은 아직은 급한 것 같다”고 소신껏 말했다.
투수진의 중심으로서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도 할 예정이다. 양현종은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많이 하면서 서서히 하나가 되어야 할 것 같다”며 “코치님들과 어린 선수들 중간에서 제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잘 상의를 해서 기분 좋게 캠프를 마무리하고 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마음을 다졌다.
인천공항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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