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정은이 두려워하는 문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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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북한 당국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어쩌면 김정은이 대한민국을 적국으로 간주하는 것은 북한 내부에 확산하는 남한 문화를 차단하기 위한 절박한 조치일지도 모른다.
아울러 통일문화는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들의 통합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할 것이다.
김정은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건 바로 통일문화의 가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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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북한 당국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다.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 회의에서는 '삼천리금수강산' '8000만 겨레'라는 단어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이를 교양교육 사업을 통해 확대하라고까지 지시했다. 김정은의 발언은 스스로 반민족적 집단임을 자인한 것이다. 우리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휴전선 이북과 그 부속 도서로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관점으로만 보면 간과하는 것이 바로 북한 주민들이다. 그들은 독재체제에서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조차 갖지 못하며 신음하고 있다. 남북한 주민 모두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번영을 함께 누리는 것이 바로 통일의 이유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일은 통일문화의 가치를 확산하는 것이다.
문화의 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북한 내부에 확산하는 남한 영화와 드라마는 북한 주민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하는 창이다. 이른바 새 세대로 불리는 북한 MZ세대의 사상 이완은 바로 한류의 영향력이다. 북한 당국은 이를 통제하기 위해 이른바 한류 3대 악법이라 불리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까지 만들어냈다.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형에 처한다는 것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골자다.
북한 당국은 청년들의 사상 이완을 심각한 체제 위협으로 인식한다. 1990년대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원인을 청년들의 사상 오염에서 기인한 필연적 결과라고 말할 정도다. 어쩌면 김정은이 대한민국을 적국으로 간주하는 것은 북한 내부에 확산하는 남한 문화를 차단하기 위한 절박한 조치일지도 모른다.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며 한반도에서 적화통일을 이루겠다고 자신하던 김정은이 체제 경쟁으로는 더 이상 승산이 없음을 자인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바로 세계를 흔든 대한민국의 국격과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문화가 이토록 북한 사회의 변화를 유인하는 순기능을 한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해진다.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우리의 공세적인 정책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통일문화의 가치를 확산해야 한다.
아울러 통일문화는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들의 통합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할 것이다. 휴전선으로 가로막혀 서로 오갈 수는 없지만 문화는 분단의 시공간을 초월해 남북한 주민을 하나로 묶어내기 때문이다.
문화로 여는 통일을 주제로 통일을 우리의 일상 공간에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온 통일이라 불리는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 역시 통일문화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K팝으로 대변되는 한류를 통일문화로 승화하면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전통적 의미의 군사안보를 넘어 문화가 지배하는 소프트파워가 국격을 결정짓는다.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번영의 가치를 통일문화 사업을 통해 남북한은 물론 국제사회에 널리 확산하는 작업은 그래서 더없이 중요하다. 김정은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건 바로 통일문화의 가치일지도 모르겠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통일문화硏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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