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명칼럼] 사법농단 무죄 … 검찰은 항소하지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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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1심 재판에서 무죄가 난 것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참 안 됐다는 것이다.
무죄 확신과 명예 회복 의지가 없었다면 스스로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여당은 각각 서울중앙지검장과 3차장검사로 '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제기될 '과잉 수사' 책임론이 부담스럽고 야당은 문재인 정권의 '하명수사' 책임론이 부담스럽다.
문재인 정권과 교감한 김명수 대법원이 그 사건을 의뢰했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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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역사적 존재로서
대통령이 이 허망한 사건의
종결을 국민에 청하면 어떤가
'사법농단' 1심 재판에서 무죄가 난 것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참 안 됐다는 것이다. 5년은 긴 세월이다. 그는 5년을 290번이나 재판을 받으면서 보냈다. 무죄 확신과 명예 회복 의지가 없었다면 스스로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그 5년을 누가,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나. 끝난 것도 아니다. 검찰이 항소하면 고난의 레이스는 다시 시작된다. 몇 년이 더 걸릴지 알 수도 없다. 노년의 인생 10년과 바꿀 명예와 권력이 세상에 있는가. 엘리트로 산 운명의 대가치고는 너무 혹독하다.
그런 불운을 겪는 사람들은 양 전 대법원장뿐만이 아니다. 그가 사법부 수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과잉 수사로 기소되고 억울한 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있었다. 모질게 들리겠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개인적 수난은 혼자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 인간은 각자 운명 앞에, 그리고 신 앞에 홀로 서 있다.
'사법농단'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소모적인 국론 분열을 겪어야 했고 그 와중에 사법부 권위는 무너졌으며 재판은 정치화했다. 사법부는 심지어 무능해지기까지 해서 재판 지연으로 국민이 골탕을 먹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 '사법농단'의 실체가 없다고 한다. 큰 굿을 치렀는데 환자는 사색이 완연하고 무당은 도망을 갔다. 귀신을 본 사람은 없고….
'사법농단' 무죄 판결이 나온 지난 26일 밤늦게까지 정치권 논평을 기다렸으나 나오지 않았다. 그 논평은 여태껏 나오지 않고 있다. 여당은 각각 서울중앙지검장과 3차장검사로 '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제기될 '과잉 수사' 책임론이 부담스럽고 야당은 문재인 정권의 '하명수사' 책임론이 부담스럽다.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 해서 망한 굿판을 책임도 묻지 않고, 교훈도 없이 치워버릴 수는 없다.
한 위원장은 29일 출근길에 "그 사건은 대법원의 사실상 수사 의뢰로 진행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과 교감한 김명수 대법원이 그 사건을 의뢰했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한국 검사는 정권이 하명하면 무슨 죄든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시대의 거친 파도 앞에 선 공무원 개인은 나약하다. 공무원에게는 저항할 권리가 없다. 그러나 면책될 권리도 없다. 한 위원장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윤 대통령 개인도 문재인 정권의 하명수사 실행 책임자로서 응분의 책임이 있다. 자리의 크기로 보면 한 위원장이 느껴야 할 책임보다 더 중하다. 윤 대통령은 그때는 저항하지 않았다. 영웅만이 '당신은 왜 영웅처럼 행동하지 않았느냐'고 말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그때는 저항하지 않았으나 훗날 문재인 시대의 무도함과 맞섰고 그 저항을 동력 삼아 결국 그 시대를 끝낸 장본인이 됐다.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은 사람 중 다수는 문재인 정부의 사법부 장악 시도에 분노했던 사람들이다. 윤 대통령은 '사법농단'의 수사 책임자였는데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문재인 정권의 사법 장악을 응징하려 했으니 그런 아이러니가 없다. 국민은 모순을 느끼면서도 그 길을 택했다. 정치는, 그리고 역사는 논리학에 우선한다.
정치적·역사적 존재로서 대통령이 이 사건을 정리하고 갔으면 한다. 이 소모적이고 실체 없는 사건을 2심, 3심 끌고 가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처음부터 이 사건을 무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1심 무죄 선고에 대놓고 반발하는 사람도 없다. 상식에 부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이 이 사건의 종결을 국민에게 청하고 검찰은 조용히 그 뜻에 따랐으면 좋겠다. 두 번 다시 정치적 목적에서 사법부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에 밑줄을 긋고 역사의 한 장을 넘겼으면 한다.
[노원명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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