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총수 일가의 무료 투자 강의?…유명인 사칭 투자 사기 기승

이지현 기자 2024. 1. 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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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을 사칭한 유튜브 채널. 〈사진=유튜브 캡처〉
'이부진의 백억 투자자 무료 투자 강의! 인원 제한 1000명!'

최근 유튜브 채널 '이부진 투자하다'라는 계정에 올라온 영상에는 위와 같은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채널 정보에는 "돈을 늘리려면 투자가 필요하다"며 "투자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거나, 지금 투자를 시작해도 되는지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싶어 무료 투자 교류 BAND 그룹을 개설했다"고 적었습니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투자 강의를 하는 것처럼 홍보하면서 커뮤니티 가입을 유도하는 계정인데, 사칭 계정입니다.

최근 유명인을 사칭하는 투자 사기 계정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방송인 유재석을 사칭하는 '유재석 주식투자 정보'라는 SNS 채널이 있기도 하고,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사칭해 주식 종목 투자를 유도하는 계정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유재석 씨의 소속사 안테나 측은 "현재 유재석은 개인 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사칭 계정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 부탁드린다"고 안내했습니다. 존리 전 대표 측도 "존리 대표와 존리의 부자학교는 그 어떠한 경로로도 투자를 유도하지 않는다"며 "어떤 형태의 투자자문, 개별 주식 투자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당부했습니다.

당사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승을 부리는 사칭 투자 사기. 피해자들도 속출하고 있지만 처벌은 쉽지 않습니다.

방송인 유재석을 사칭한 유튜브 채널(왼쪽)과 페이스북 계정(오른쪽). 〈사진=유튜브, 페이스북 캡처〉

"책 주겠다", "앱 깔아라"…사기 수법은?



이들의 사기 수법은 이렇습니다. 우선 SNS 등에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사칭해 재테크 책을 무료로 배포한다는 광고 글을 올립니다. 그렇게 투자자를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의 단체 채팅방으로 유인하죠.

이후 증권사 임직원, 교수 등을 사칭하며 투자자에게 재테크 강의를 하고 주식시황과 추천주 정보를 무료로 제공해 신뢰를 얻습니다.

사칭범들은 투자자에게 주식을 추천하면서 특정 증권사 주식거래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데요. 이 앱은 가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입니다.

화면을 속여가며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납입하도록 한 뒤 사칭범들은 "기대 이상의 공모주를 배정받았다"면서 추가 입금을 요구하는데요.

투자자가 이 과정에서 출금을 요구하거나 추가 납입에 응하지 않으면 SNS 계정이나 대화방을 폐쇄하고 잠적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이런 방식으로 사기를 당해 총 7억원에 가까운 금전적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처벌 어려워"…사칭범들이 활개 치는 이유


스타강사 김미경을 사칭한 투자 유도 메신저. '문의하기'를 누르면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를 입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진=카카오톡 캡처〉

유명인 사칭과 사기 피해는 지난해부터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스타강사 김미경을 사칭한 계정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유명인들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아직까지 사칭 계정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유는 처벌이 어려워서입니다.

현재로써는 사칭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명예훼손이나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하려면 사칭 계정으로 인해 명백한 2차 피해가 발생했을 때만 가능합니다.

이경민 법무법인 LF 변호사는 "사칭 행위만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법조문이 없다"며 "명예훼손이나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특정인을 사칭한 뒤 그의 인격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글을 쓴다거나 사기 등의 행위를 해야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사칭범을 특정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이 변호사는 "페이스북 등 일부 플랫폼은 해외에 서버가 있는데, 외국에서는 명예훼손에 대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따라서 사칭 계정을 만든 사람의 인적 사항을 특정해 보내달라고 하면 협조가 잘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사칭범이 다른 계정을 해킹한 뒤 그 계정으로 유명인을 사칭하는 경우에는 범인을 특정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플랫폼 자율 규제에 기댈 수밖에 없어



법적 처벌이 어려우니 기댈 수 있는 건 SNS 등 플랫폼사들의 자율 규제뿐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말 구글, 메타(구 페이스북)과 자율 규제 강화에 나섰습니다.

유명인을 사칭하는 주식투자 유도 광고에 대해 계정 단속에 나서고, 초상권을 침해하는 유튜브 썸네일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 위반 여부를 적용하는 식입니다.

사칭범들이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통로로 활용되는 카카오는 사칭 및 권리침해 신고를 받아 계정 단속에 나서고 있습니다.

카카오 측은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권리를 침해당한 이용자는 해당 프로필에 대한 삭제, 접속차단 등의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며 "또 사기나 사칭 피해 신고도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의 단속도 한계는 있습니다. 단순히 유명인의 이름과 사진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사칭'으로 규정하고 제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칭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 2020년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칭 행위에 대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상임위에 계류되어 있습니다.

유명인 사칭 투자 사기, 안 당하려면?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공식 페이스북 채널에 사칭 계정을 조심하라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사진=존리의 부자학교 캡처〉

SNS에서 연예인 등 유명인을 내세워 재테크 책을 무료로 제공한다며 투자자를 유인하는 것을 유의해야 합니다.

또 금융회사 임직원·투자전문가·교수 등을 사칭해 불특정 다수에게 고수익 정보를 제공한다고 접근하는 경우 불법 업체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의심해봐야 합니다.

금융감독원은 "주식 공모 시 모든 투자자가 동일한 공모가로 청약에 참여하므로 기관 계좌로 공모주를 싸게 배정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도권 금융회사는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주식거래 앱 설치를 유도하지 않으므로 앱 설치를 유도하는 업체와는 어떠한 금융거래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투자자들은 투자 전 제도권 금융회사가 맞는지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서 조회해보고, 불법 금융투자 사기가 의심되면 녹취나 문자메시지 등 증빙자료를 확보해 수시기관이나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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