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다”…순순히 자리 내어줄 생각 없는 불혹의 ‘불펜 듀오’ 노경은·고효준
지난해 SSG 마운드를 책임진 불혹의 ‘불펜 듀오’는 젊은 투수들에게 순순히 자리를 내어줄 생각이 없었다.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프링캠프지 미국 플로리다주 비로비치로 떠난 오른손 투수 노경은(40)은 ‘홀드 톱3’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언급하며 올해 의지를 다졌다. 왼손 투수 고효준(41)도 ‘경쟁’이란 단어로 새 시즌 각오를 압축해 표현했다.
노경은과 고효준은 2023시즌 SSG 불펜을 떠받친 베테랑 투수다. 지난 시즌 노경은은 76경기(83이닝) 9승5패 30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 3.58을 기록했고, 고효준은 73경기(58이닝) 4승1패 13홀드 평균자책 4.50의 성적을 남겼다. 이 둘은 나란히 팀 내 등판 횟수 1,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나이를 잊은 활약을 보여줬다. 특히 홀드 30개를 수확한 노경은은 홀드 부문 2위에 오를 만큼 실적이 좋았다.
출국 전 만난 노경은은 “작년이랑 똑같이 계획대로 잘 준비했다. 시즌 초반부터 전력으로 던질 수 있게 캠프에서 실전 경험을 끌어올리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고효준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다. 로봇심판, 피치클록 등 2024시즌 달라지는 규정에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평소 몸 관리를 잘하기로 소문난 두 베테랑은 “오래 야구를 하고 싶다”는 공통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고효준은 “송진우 선배님 나이까지 야구를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저를 따라오는 선수(노경은)가 있어서 같이 시너지 효과를 내 볼 생각”이라고 했다. 노경은도 “건강이나 몸쪽으로는 일단 자신 있다. 심하게 퇴보하지 않게 잘 관리해서 마흔 살을 넘겨서도 구단과 좋은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선수들에게 이 둘은 좋은 본보기이자 뛰어넘어야 할 경쟁 상대다. 고효준은 올해부터 점진적 세대교체에 돌입한 구단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경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저희가 작년에 많이 던졌기 때문에 팀적으로 젊은 선수를 더 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모든 것은 경쟁이다. 저도 ‘어린 선수랑 경쟁하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노경은 또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도우면서도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생각은 없다. 비시즌 그는 10년 만에 가슴 운동을 하는 등 더 힘 있는 투구를 위해 근력을 키웠다고 한다. 노경은은 “작년에는 홀드 톱5를 목표로 시즌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톱 3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며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건 아니지만,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던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공항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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