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홍해’를 어찌할까…중국 외교의 트릴레마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상선 공격으로 중동 지역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중국 기업들이 떠 안는 부담도 커지고 있지만 중국은 개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대변하고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재편한다는 외교 전략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테헤란타임스에 따르면 이란 외교부는 29일(현지시간) 중국이 이란에 후티 반군의 홍해 상선 공격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 26일 중국이 이란에 후티 반군의 활동을 자제시켜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란 측은 중국에 “후티 반군을 통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를 두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보도”라며 “중국과 이란은 국제사회의 정의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고 긴장 고조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어 “홍해 상황은 우리가 가자지구에서 목격한 불의의 결과”라면서도, 이란이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을 후원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의 보도는 지난 26~27일 태국 방콕에서 진행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회담 기간 도중 나왔다. 당시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이 실질적인 대이란 지렛대를 사용해 후티 반군의 위험한 공격을 중단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이 이란에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이란 측의 발표로 인해 홍해 상황을 안정화하기 위한 미·중 협력이 어그러지는 모양새가 됐다.
중국은 그간 홍해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후티 반군을 비난하는 대신 전쟁 중단을 촉구해 왔다. 홍해 안보를 위해 미국이 주도한 다국적 함대 결성에도 참여하지 않는 등 군사 개입을 꺼리는 상황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6일 “고조되고 있는 홍해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도 “홍해 상황은 가자지구 분쟁의 파급 효과”라고 밝혔다. 왕 대변인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예멘에 대한 어떤 국가의 무력 사용도 승인한 적 없다. 예멘과 홍해 연안 국가들의 주권과 영토 보전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해 지역이 불안정해지면서 중국 역시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와 유럽으로 향하는 중국의 수출품 역시 홍해를 경유한다. 후티 반군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이들 상선 대부분은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8000㎞ 우회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홍해 상황이 장기화되면 중국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다.
CNN은 중국이 홍해 상황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로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대체하고 ‘글로벌 사우스’의 대변자 역할을 자임하려는 중국의 ‘지정학적 전략’을 언급했다. 하지만 홍해 상황이 계속 위태로워진다면 이는 세계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중국에 ‘외교적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경제 안정, 글로벌 중재자로서의 역할, 대안적 세계 질서 주도라는 중국 외교의 3가지 전략을 동시 달성하는 것이 어려운 ‘트릴레마’ 상황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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