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중진, 줄줄이 험지 출사표… 野 친명, 앞다퉈 비명에 도전장
野 잇단 자객출마에 당내 시끌
4·10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여권이 공천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들이 보수 텃밭이나 여당 우세 지역에 출마하면서 특혜 논란도 있지만, 중진급이나 인지도 있는 의원들이 스스로 험지에 출사표를 던져 이른바 '선당후사'의 모습도 보인다. 반면 야당에선 '비명(비이재명) 찍어내기를 위한 친명(친이재명계) 자객 출마 논란'과 함께 공천 갈등만 부각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의 중진급 의원과 장관 출신들이 험지 또는 격전지로 분류되는 이른바 '한강벨트'(마포 용산 성동 광진 동작 등 9개 지역구)에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3선 하태경 의원과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전날(29일) 박성준 민주당 의원(초선) 지역구인 서울 중·성동을 출마를 선언했다. 3선 출신 이혜훈 전 의원도 지난 21일 이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로써 전·현직 의원만 3명인 구도가 됐다.
윤희숙 전 의원은 지난 28일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권오현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정영규 협성대 교수 등 2명이다. 당초 이 지역구는 서초을로 출마지역을 옮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3선을 한 곳이다. 민주당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갑에는 전·현직 의원만 4명 출마한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 지역구를 옮긴 이용호 의원, 비례대표 최승재 의원, 시대전환 흡수합당으로 국민의힘 소속이 된 조정훈 의원,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서울 마포을,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한다. 당초 한강벨트는 4년 전 총선에서 용산만 빼고 민주당이 모두 차지했다. 그러나 2022년 대선 때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여당 후보들이 승산이 있다고 보고 뛰어드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갑 불출마를 선언한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의원(초선)은 대표적 험지인 서울 구로을에 출마한다. 구로을은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로 2004년 17대 총선 이후 민주당 계열 후보자들이 내리 승리한 곳이다.
다만 용산 참모들은 험지 대신 비교적 여당 우세 지역으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당내에서 불공정 논란도 일고 있다. 하 의원의 해운대갑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갑에는 주진우 전 대통령법률비서관, 여당 후보 지역인 경기 성남 분당을에는 김은혜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나선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 강승규 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충남 홍성-예산),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경북 구미을) 등도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 현역 의원으로 있는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선 '자객 출마' 논란이 부각되고 있다. 친명 인사들이 '비명(비이재명)', '친문(친문재인)' 의원 지역구에 잇따라 출마 선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선은 주로 수도권에서 형성되고 있다. 친명 비례 초선인 이동주·양이원영·이수진 의원은 각각 친문 홍영표(4선·인천 부평을)·양기대(초선·경기 광명을)·윤영찬(초선·경기 성남중원) 의원에 도전장을 냈다. 또, 친명 원외 인사인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친문 핵심으로 불리는 전해철(3선·경기 안산상록갑) 의원,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김우영 상임대표는 친문 강병원(재선·서울 은평을) 의원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각각 등록했다.
친명 인사가 검증위를 통과한 뒤, 나중에 출마 지역구를 친문 의원의 지역구로 변경한 사례도 있다. 이 대표의 측근인 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서울 동작 출마를 준비해왔지만 총선을 80여일 남기고 지역구를 충북 청주 흥덕으로 바꿨다. 이 지역구 현역인 도종환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대표적 친문 인사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출마의 변에 '이재명 대표 수호'와 '비명계 비판'을 담는다. 친명계가 친문 인사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원외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인영 의원의 퇴진을 요구해 친문계의 반발을 샀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28일 조정식 사무총장과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 등과 공천 등 총선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테이블에는 당내 공천 현황과 하위 20% 대상자 통보 계획 등도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반되는 공천 분위기가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30일 "국민의힘에서 현역 의원들이 험지에 출사표를 내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꼭 당선되는 지역에 자기 사람 보내는 '사천'이 문제였는데, (의원들) 본인이 스스로 어려운 지역에 나서고 있어 이미지상 괜찮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은 공천적격심사에서 친명 인사들에게 적격 판정을 하고 있는데, 부적격을 받은 비명 인사보다 훨씬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다"며 "공천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훨씬 더 큰 폭탄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공천 과정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비명(비이재명)계나 공천 못 받을 것 같은 사람이 다음주나 다다음주쯤 탈당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세희·안소현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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