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재판중’ 핑계로…이태원 참사 구조적 원인조사 손 안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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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밝힌 주요 사유 중 하나는 '경찰·검찰 수사로 진상조사가 충분히 이뤄졌다'는 것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은 이태원 참사처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거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진 대형 재난의 경우 조사·분석·평가가 필요하면, 행안부가 재난원인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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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수사·재판중” 이유로
재난 원인조사 아예 건너뛰고
감사원 1년 지나서야 늑장 조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밝힌 주요 사유 중 하나는 ‘경찰·검찰 수사로 진상조사가 충분히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일 벌어진 행적을 중심으로 관계자들의 형사책임을 따져보는 게 주목적인 수사로는 재난의 구조적 원인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은 이태원 참사처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거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진 대형 재난의 경우 조사·분석·평가가 필요하면, 행안부가 재난원인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난원인조사는 원인 조사뿐 아니라 관계기관에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사항을 권고하고, 이행사항을 점검하는 절차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건너뛰었다.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 조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재난안전법 시행령이 근거였다. 지난해 1월 한겨레가 관련 내용을 보도하자 행안부는 설명 자료를 내어 “추가적인 원인조사보다는 (경찰에서) 이미 실시한 원인조사 결과를 감안해 유사 재난 및 사고 방지를 위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난 주무부처 외 조사가 가능한 기구는 감사원뿐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참사 뒤 손을 놓고 있다가 발생 1년이 지난 지난해 10월께가 돼서야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책임 소재를 따져봐야 할 서울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 등은 실지감사(현장에 직접 나가서 하는 감사) 대상에서 제외해 감사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은 전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위원은 “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수사로 조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더 이상 조사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며 “참사 4∼5년 전부터 어떤 방식으로 행정이 무너져왔길래 이런 일이 생겼는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부터 시작해 포괄적인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도 세월호 직후 감사원 감사를 굉장히 빨리 시작해 사고 발생 6개월만에 보고서가 나왔다”며 “감사는 수사와 관점이 달라서 또다른 의미로 중요한데 세월호 때보다 퇴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이뤄진 조사는 행정부 아닌 입법부가 진행한 국정조사였다. 정부도 이날 특별법 거부권 행사의 근거로 국회 국정조사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국정조사는 기간이 28일에 불과해 한계가 명확했다. 다수 인물들이 출석 자체를 회피하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충실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았다.
정부가 이태원 참사 이후 여러 안전 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이행률이 매우 낮다. ‘경찰 수사로 전모가 드러났다’고 판단한 정부는 2022년 11월7일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열었고, 이후 ‘범정부 안전시스템 개편 티에프(TF)’를 구성해 ‘범정부 안전시스템 개편’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3월 말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 최종안이 마련돼 각 부처에 전달됐다. 하지만 세부 이행률은 지난해 10월 기준 13%에 그쳤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꼬리자르기로 끝난 경찰 특수본 수사, 거짓증언과 자료 미제출 등으로 퇴색된 국회 국정조사에서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 소재는 따져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무엇이 충분하다는 것인가”라며 “더이상 조사가 필요없다 반복하면서 어떻게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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