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오퍼' 논란 벨린저, 느려도 너무 느린 보라스 고객들...거품 의심을 지우느냐가 관건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FA 야수 최대어로 꼽히는 코디 벨린저가 어떤 구단으로부터도 계약 조건을 정식으로 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USA투데이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각) '스프링트레이닝 개막이 3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코디 벨린저와 JD 마르티네스가 공식 오퍼를 한 건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마르티네스는 그렇다 쳐도 지난해 시카고 컵스에서 부활에 성공하며 이번 FA 시장 야수 1위의 평가를 받는 벨린저가 구체적인 돈 얘기를 듣지 못한 것은 의외다. 다음 달 중순 스프링트레이닝 개막을 앞두고 벨린저와 같은 거물급 타자가 정말 오퍼를 받지 못했을까.
엄밀히 말하면 공식 제안과 에이전트와 구단의 '밀당'은 다르다. 하지만 벨린저가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로부터 그 어떤 얘기도 들은 바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계약 수준을 놓고 대략적인 얘기는 오갔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다만 요구 조건과 제시 조건의 차이가 생각보다 큰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팬 매체 '컵스 인사이더(Cubs Insider)'는 30일 이에 대해 '벨린저가 공식 제안을 아직 받지 못했다는 게 협상이 전혀 없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똑같은 주제에 대해 이전에 얘기한대로 이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컵스는 (벨린저 측으로부터)전혀 받아들이기 힘든 숫자를 받았다. 보라스는 분명히 목표가 있다. 그건 컵스와 다른 구단들이 기꺼이 맞추려는 수준보다 훨씬 커 상황은 여전히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보라스가 요구하는 액수는 얼마일까. 나이팅게일 기자는 지난달 11일 FA 시장 개장 초기에 '부활에 성공한 벨린저에 대해 2억달러를 출발점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컵스 인사이더 역시 '벨린저 측은 2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보라스가 좀더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건을 낮출 때까지 벨린저는 기다리고 있어야 할 것 같다'면서 '컵스는 벨린저에 가장 어울리는 팀으로 지목되지만, 그건 전력상 필요성과 원소속팀이라는 친숙함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을 감안할 때 벨린저는 뉴욕 메츠 외야수 브랜든 니모 수준의 계약을 할 공산이 커 보인다. 보라스는 보통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만, 이 경우에는 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니모는 지난 겨울 FA 시장에 나가 원소속팀 메츠와 8년 1억6200만달러에 계약했다. 벨린저가 딱 이 수준이라는 뜻이다.
벨린저는 2019년 LA 다저스에서 내셔널리그(NL) MVP를 수상했다. 당시 역사상 최초로 4억달러 계약을 이룰 후보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그는 2020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NL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홈런 세리머니를 과격하게 펼치다 어깨 부상을 입어 이후 몇 년 동안 부진에 빠졌다. 2021년 여러 부상으로 고전하며 95경기에서 OPS 0.542, 2022년에는 144경기에서 OPS 0.654를 마크하는데 그쳤다.
결국 2022년 시즌이 끝나고 다저스는 부활 가능성이 작은데다 다음 시즌 연봉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벨린저를 논텐더로 풀어버렸다. 말이 FA지 버림받은 것이다. 벨린저는 결국 2023년 연봉 1250만달러, 2024년 '연봉 1200만달러+바이아웃 500만달러' 상호옵션의 조건으로 컵스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보라스는 "MVP에 올랐던 선수가 갑자기 OPS가 40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면 그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어깨 부상이 다 나으면 부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건 사실로 드러났다. 벨린저는 작년 5월 수비를 하다 무릎을 다쳐 한 달간 결장하면서도 130경기에서 타율 0.307(499타수 153안타), 26홈런, 97타점, 95득점, 20도루, OPS 0.881을 기록했다. NL MVP 투표에서 10위에 올랐고, 유틸리티 부문 실버슬러거를 탔다.
이번에 FA가 됐을 때 세부 기록상 타구 속도와 하드히트 비율이 감소했다는데 대해 벨린저 측은 "힘을 줄이더라도 정확히 맞히는 타격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뉴욕 양키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벨린저를 탐내면서도 주저하는 이유로 꼽힌다.
벨린저는 1995년 7월 생으로 내년 전반기까지는 20대의 나이다. 매력있고 잠재력이 풍부한 FA임은 틀림없다. 다만 작년 성적이 '거품' 혹은 '일시적'이라는 의심을 완벽하게 지우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보라스의 또다른 고객인 블레이크 스넬은 지난주 양키스와의 협상이 결렬됐다. 양키스가 1억5000만달러를 오퍼했는데, 스넬의 요구액은 2억7000만달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배 가까운 차이를 좁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벨린저와 스넬 이외에도 조던 몽고메리, 맷 채프먼 등 이른바 '빅4', 그리고 류현진 등 보라스 고객들이 공식 오퍼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일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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