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 청구권 제한보다 알 권리 침해 요소 제거가 먼저다

조영삼 뉴스타파 전문위원 / 전 서울기록원장 2024. 1. 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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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정보공개 청구인의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금지하고, 이런 청구를 통지 없이 종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현재의 정보공개법은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고 정해놓았는데, 이것에 예외를 두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박성민 의원이 제안자이지만, 그동안 정부가 계속 관련 개정을 추진했기 때문에 아마도 정부의 개정안을 그대로 제출했을 가능성이 크다(개정안 보기 ▶ 국회의안정보시스템).

누구나 정보를 추구, 수집, 전달할 자유가 있다. 바로 ‘알 권리’다. 알 권리는 세계인권선언(1948년), 세계인권규약(1967년) 채택 이후 민주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가 됐다. 우리도 헌법에 명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국민주권의 원리,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에서 비롯하고, 표현의 자유에서 도출된 기본권이다[헌법재판소88헌마21].

정보공개 청구권은 정보 접근권으로서 알 권리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정보공개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고 정해 놓았다(정보공개법 제5조 제1항). 그러므로 청구인이 공공기관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법률상 이익의 침해에 해당한다[대법원2001두6425]. 그런데 이 정부들어서 민주국가에서는 누구에게나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일부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이라고 해도 법률로서 그 권리의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 어느 국가이든 비밀보호제도가 있고, 정보 접근의 예외가 있다. 우리도 국가정보원법과 군사비밀보호법 등이 있고, 정보공개법에도 비공개 대상 정보를 한정적으로 나열해 놓았다. 그러나 청구의 권리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물론 정보공개 제도의 취지를 벗어나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악의적인 반복·중복 청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악성민원류의 정보공개 청구로 공공기관 업무 담당자의 고충과 행정력의 낭비가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기 본권을 제약하는 것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 추진은 정보공개제도의 후퇴다. 우리 정보공개제도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의무보다 알 권리가 우선한다는 지향과 취지에 따라 만들어지고 운영된다. 그러나 부당청구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실무적으로는 원활한 운영일지 모르겠으나, 제도적으로는 분명한 후퇴이다. 아무래도 공공기관의 제도운영을 먼저 고려한 개정안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권리를 합리적 제도 운영이라는 명분으로 가리는 것이다.

알 권리가 우선한다는 것은 청구의 이유나 활용 목적을 묻지 않고 정보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정보공개 제도 운영 초기에는 정보공개청구서에 학술, 사업, 행정감시, 쟁송, 재산 등 청구 목적을 표시하도록 했다. 이에 청구를 받은 공공기관은 청구목적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기도 하고, 비공개하기도 했다. 예컨대 상업적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비공개한다든지, 학술 관련 청구면 공개하다가도 행정감시 관련이면 비공개하는 일이 있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2004년 법령을 전면 개정해 알 권리 우선 취지에 따라 청구 목적 기재를 삭제했다. 이번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이런 부당한 관행으로 돌아갈 우려를 담고 있다. 과거처럼 청구목적에 따라 ‘자의적으로’ 비공개하는 정도는 아니겠지만, 악성 민원이라며 ‘자의적으로’ 종결 처리해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

우리 정보공개는 제도 그 자체로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이 훌륭하다. 그러나 실제 운영은 제도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구체적인 제도운영에서는 알 권리 침해 요소가 적지 않다. 우선 이런 것들을 해소하지 않고 부당청구와 행정력 낭비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은 앞뒤가 바뀐 일이다. 먼저 알 권리 침해 요소부터 제거하고 제도운영의 효율성을 따져야 하지 않겠나.

알 권리 침해 요소로 가장 먼저 따질 것이 정보목록의 부실이다.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목록을 전부 공개하지도 않는다. 비공개대상 정보의 목록을 공개하지 않는 기관도 많다. 대표적으로 대통령실과 대검찰청의 사례를 보면 정보목록 공개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대통령실은 차라리 공개하지 아니함만 못한 수준이다. 아래 대통령실의 가장 최근 정보목록 공개를 보면 ‘출입증 발급 요청', ‘차량출입증 발급 요청' 따위가 대부분이다. 대통령실의 고유업무와 관련한 정보는 단 한 건도 없다. 대통령실의 대다수 정보는 목록에 아예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통령실 정보목록(2023년 11월)

대검찰청 본청은 아예 정보목록을 공개하지도 않는다. 검찰은 정보공개포털에 정보목록을 공개하는데 대검찰청 본청은 단 한 건의 목록도 공개하지 않는다. 최근 한 달여 동안 공개한 목록은 약 1,800여 건인데 모든 지방검찰청을 포함한 것을 감안할 때 그 수량이 터무니없이 적다. 공개된 목록도 이상하다. 문서번호는 알 수 없는 숫자가 적혀 있다. 이렇듯 부실한 정보목록은 정보 접근성을 극단적으로 낮춘다.

기록정보의 생산과정에서 공개돼야 할 많은 정보가 비공개된다. 기록정보를 생산할 때 담당자가 공개 여부를 지정하는데, 이때 기본값으로 비공개로 지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당연히 공개해야 할 정보를 고의로 비공개로 설정하기도 한다. 정보공개청구나 공개 재분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장기간 비공개되고, 문서 원문공개에서도 누락된다.

정보공개 결정통지 상황에서도 알 권리 침해가 많다. 10일의 결정통지 기한을 한 번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악용하여 고의로 정보공개 결정통지 기한을 연장한다든지, 공개하지도 않으면서 통지는 공개(예를 들어 “비공개하는 것을 공개한다.”라고 통지)로 해 이의신청도 못하게 한다든지, 예산이나 재산등록 정보와 같이 산식(算式)이 필요한 정보를 청구인이 원하는 형태[예를 들어 엑셀(.xlsx)]파일이 아닌 이미지로 공개하거나, 청구가 포괄적이라며 정보부존재 처분하여 사실상 청구를 거부하거나, 근거와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비공개 처분하는 등 많은 사례가 있다. 필자가 과문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정부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기억은 없다.

만약 반드시 정보공개법을 개정하겠다면 최소한의 구체성을 법률에 표현해야 한다. 개정안처럼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라는 표현보다는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적어도 시행령에 어떤 것들이 부당하고 과도한 요구인지 구체적이고 한정적으로 나열해야 정보 접근권의 제한이 최소한에 그칠 수 있다.

또 과연 현재의 법령에 따른 제도운영으로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극복할 수 없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부당하고 과도한 요구는 사실 종결처리나 부존재 결정통지, 그리 고 민원 이첩 등으로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다. 정보공개 청구를 민원처리법으로 처리하는 비율이 상당하지만 어쨌든 현재의 제도로 감당하지 못할 수준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과연 이런 현상이 정보공개제도를 바꿀만한 사정인지도 고민해볼 문제다.

이번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많은 공방이 이뤄질 것이다. 제도운영 부처나 담당 실무자들은 이번 개정안처럼 부당하고 과도한 청구를 제한하기를 원할 것이고, 시민단체나 청구인 등 정보 소비자들은 개정안을 반대하거나 최소한의 구체성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 회기가 몇 달 남지도 않았고, 총선이 임박하여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충분하게 이뤄질지 의문이다.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더 논의해야 한다. 차제에 과도하고 부당한 청구문제뿐만 아니라 제도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 방향 도출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위에서 언 급한 것처럼 알 권리 침해 요소 제거 문제도 있지만, 디지털 환경과 정보 소비의 변화에 따른 제도개선과 운영의 변화 모색도 필요하다.

뉴스타파 조영삼 뉴스타파 전문위원 / 전 서울기록원장 tigersw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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