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청각장애인 상대로 감금·폭행에 성폭행까지

경찰, 20대 청각장애인 2명 조사

피멍이 든 피해자 모습. 피해자 가족 제공

청각장애인 커플을 감금·폭행하고 성폭행까지 한 20대 청각장애인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경찰청은 A씨 등 20대 2명을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갈·절도·폭행 등) 위반과 성폭력특례법(유사성행위) 위반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A씨 등은 청각장애인으로 2022년 6월쯤 자신들과 같은 청각장애인 커플인 B씨 등 2명과 함께 지내면서 2개월가량 이들을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 등은 또 B씨 명의로 여러 대의 휴대전화 기기와 인터넷·TV 등을 개통하고, B씨의 컴퓨터와 금반지를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 등은 청각장애인 모임을 통해 B씨 커플과 알게 된 뒤 천안시 서북구에서 함께 지내며 범행을 저질렀다. B씨가 폭행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도망쳐 나왔고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이 A씨 등 2명을 2022년 9월쯤 경찰에 고소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얼굴에 피멍이 심하게 든 피해자 모습. 피해자 가족 제공

그러나 A씨의 협박에 못 이긴 B씨가 얼마 뒤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A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다시 B씨 커플에게 접근해 11월부터 함께 생활하면서 또 다시 학대 등 범행을 저지르고, 도망치지 못하도록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아버지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가해자들은 딸(B씨)의 통장에 남은 돈은 물론, 월급 등을 갈취하고, 딸(B씨)의 신분증과 카드를 빼앗아 비대면으로 700만 원을 대출받기도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했지만 계속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얼마 전 A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들이 B씨 커플의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보완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