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잔디 먹방’만 문제?…요르단 잔치 음식 ‘만사프’ 세리머니는 어떡하고[스경x도하메일]

박효재 기자 2024. 1. 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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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29일 이라크와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잔치 음식 만사프를 먹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알카스 중계방송 화면 캡처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득점 선두를 달리던 이라크의 아이멘 후세인(알쿠와 알자위야)이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역전 골을 넣고도 세리머니하다가 퇴장당해 팀에 패배를 안긴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잔디를 먹는 세리머니로 상대를 도발했다는 이유인데, 먼저 식사 세리머니를 펼친 요르단 선수에게는 경고를 적용하지 않아 판정의 일관성 문제가 지적된다.

후세인은 29일 열린 요르단과의 경기 후반 21분, 2-1로 달아나는 골을 넣은 뒤 그라운드에 앉아 왼손으로 음식을 먹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상대를 자극하는 세리머니로 옐로카드를 받았는데 앞선 엘로카드에 더해 경고 누적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팀은 수적 열세 속에 후반 추가 시간 연속 골을 허용하며 2-3 역전패를 당했다.

사실 축구 선수들이 식사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흔하다. 상대가 만만하다고 도발하는 의미가 강하다. 후세인의 행동이 징계를 받은 이유는 ‘왼손’으로 이 세리머니를 했다는 데에 있다. 아랍 문화권에서 왼손 식사는 매우 무례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 왼손은 개인 위생과 관련된 행동에 사용되기 때문에 오른손보다 덜 깨끗한 손으로 인식된다. 아랍 문화권에서는 오른손이 깨끗하고 순수한 것으로 여겨지며, 음식을 다루거나 사람과 악수를 할 때도 오른손을 쓴다. 이날 주심을 맡은 알리레자 파가니는 이란인으로 이런 문화적 맥락을 잘 알기에 후세인에게 이런 판정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파가니 심판이 요르단 선수들이 먼저 전반 추가시간 선제골을 넣었을 때 식사 세리머니로 이라크를 도발했을 때는 방치했다는 것이다. 요르단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둘러앉아 잔치 음식 ‘만사프’를 먹는 장면을 연출했다. 발효유 자멕과 물을 섞어 만든 소스에 양고기를 담가 천천히 끓여 만드는 이 음식은 특히 중요한 손님을 대접하거나 중요한 행사에 선보이는 음식이다. 후세인의 ‘왼손’ 식사만큼이나 도발의 의미가 강하다.

축구 규칙을 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 규정에 따르면 도발적, 조롱적 또는 선동적인 제스처의 세리머니를 펼친 선수에 옐로카드를 줄 수 있다. 과도한 연출, 시간 낭비가 뒤따를 때에도 옐로카드가 적용된다. 이 규정대로라면 요르단의 ‘만사프’ 세리머니에도 옐로카드를 줬어야 했다. 문화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접근 방식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형평성, 일관성에서 어긋난다면 잘못된 판정이라고 봐야 한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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