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공룡' 헝다 청산…문제는 무너진 신뢰
중국 법원 수용 여부에 촉각…자국 투자자 우선 보호할 듯
해외 채권자 처우에 따라 중국 시장 전체 신뢰도에 영향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로 불리던 '헝다'(영문명 에버그란데)에 대해 홍콩 법원이 청산명령을 내렸다. 이에따라 헝다의 자산을 매각해 채무를 이행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해외 채권자들의 투자금 회수율이 극히 저조할 것으로 보여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뜩이나 불신이 쌓여가고 있는 중국 시장을 외면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채권자, 투자금 회수까지 '산넘어 산'
홍콩 고등법원은 39일 헝다를 청산해 달라는 해외 채권자들의 청원을 승인했다. 린다 찬 판사는 "실행 가능한 구조조정 계획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진전이 명백히 부족한 점을 고려해 청산 명령을 내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홍콩 법원은 컨설팅사 알바레즈앤마르살을 청산인으로 지정했는데, 청산인은 헝다의 자산을 현금화해 소송 당사자인 채권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는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이번 청산 명령을 통해 해외 채권자들이 투자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홍콩과 중국 본토의 법체제가 다르다는 점에서 중국 본토 법원이 홍콩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헝다의 자산 대부분은 중국 본토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중국 법원도 적극적으로 청산절차에 나서야 해외 채권자들도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사모펀드업체 카이위안자본의 브록 실버스는 "홍콩 법원의 청산 명령이 중국 본토의 헝다 사업이나 자산에 매우 제한된 영향만 끼칠 것"이라면서 "청산인이 본토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해도 중국에서 권한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사 중국 법원이 홍콩 법원과 같은 결정을 내려 중국 본토에서 청산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해외 채권자 보다는 자국 투자자들에게 우선권을 줄 가능성이 높다. 헝다의 총부채가 무려 약 443조 원(약 3270억 달러)인 반면 자산은 320조 원에 불과해 자산 매각 후 돌려줄 투자금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전망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최근 헝다의 달러 표시 채권 가격은 달러당 약1~1.5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율이 1%대에 불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선임 경제학자 게리 응은 "이것은 끝이 아니라 장기간의 청산 과정의 시작"이라며 "헝다의 자산 대부분이 중국 본토에 있기 때문에 채권자가 자산을 어떻게 압류할 수 있는지와 상환 순위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최초로 헝다가 지난 2021년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이후 2년 넘게 이어진 지난한 채무조정 과정을 힘겹게 버텨온 해외 채권자 입장에서는 망연자실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헝다는 시작일 뿐…중국 시장 신뢰에 타격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로 헝다 투자자 뿐만 아니라 중국에 돈을 쏟아부은 다른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는데 있다. 당장 헝다보다 더 큰 규모의 부동산개발사업을 벌여온 비구이위안 역시 디폴트에 빠지며 헝다와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 중국 법원이 홍콩 법원의 청산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랫동안 중국 주요 기업들의 자금 모집 창구 역할을 했던 홍콩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 역시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얼터너티브 투자운용협회(AIMA)의 리커성은 "해외 투자자들은 중국 법원이 홍콩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지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면서 "홍콩의 사법적 판결을 중국에서 집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헝다 청산 결정은 중국 경제에 대한 세계의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나왔다"며 해외투자자들이 대중국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도 "중국이 경기 부진과 부동산 시장 악화, 5년만에 최처치 수준으로 떨어진 주식 시장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신뢰에 또 다른 충격을 가하면서 성장을 꾀하려는 중국 정책 입안자들의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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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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