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호령하는 '카타르 살라' 아크람 아피프... '아시아는 좁다'
라리가 최초의 카타르 선수... 프로 데뷔는 벨기에
2019 아시안컵에서는 1G 11AS, 'AFC 올해의 선수' 수상
"당장 내일이라도 유럽에 돌아가 활약하고 싶다"
길고 뽀글뽀글한 머리를 휘날리며 종횡무진 아시안컵을 휘젓고 다니는 선수가 있다. 겉모습을 보면 무함마드 살라(리버풀)가 떠오른다. 저돌적이고 탄력이 느껴지는 스피드뿐만 아니라 슈팅, 패스 등 다방면으로 출중한 능력까지도 살라와 비슷하다.
카타르 대표팀의 ‘에이스’ 아크람 아피프가 30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호르의 알 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 2-1로 조국 카타르의 8강 진출을 견인했다. 이번 대회 벌써 6번째 공격 포인트(4골 2어시스트)로 아시안컵을 호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회 첫 득점도 아피프의 발에서 나왔다. 그는 레바논과의 개막전에서 전반 45분 선제골을 기록,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호 골’의 주인공이 됐으며 후반 추가시간에는 멀티골에 성공했다. 이어진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에서는 결승골을 넣었고, 중국과의 3차전에서는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아피프는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다. 수비수보다 한참 뒤에서 출발을 해도 탄력적인 움직임으로 공을 먼저 점유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골 결정력도 우수하다.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수비수를 달고 뛰면서도 칩샷으로 골을 넣은 것은 이번 대회 ‘백미’ 중 하나였다. 드리블과 패스를 통한 찬스 메이킹 등 적어도 이번 대회에서 아피프의 ‘적수’는 없어 보인다. 그가 공을 잡으면 어떤 플레이가 나올지 기대된다.
카타르 최초의 '라리가 선수'...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의 극찬받기도
1996년생 아피프는 '축구 가문'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탄자니아계 소말리아인으로 축구선수 출신 감독이다. 그의 친형인 알리 아피프 역시 축구선수. 카타르 대표팀에서 58경기에 출전했고, 동생과 함께 2019 아시안컵 우승에 일조했다.
형을 따라 축구를 시작한 아피프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재능을 뽐냈다. 유소년을 스페인의 세비야FC에서 보냈고, 2015년 벨기에 2부리그의 KAS 오이펜에서 프로 데뷔에 성공했다. 아피프는 데뷔 시즌부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리그 9경기에 출전해 2골을 기록했으며 다음 해에는 16경기 6골을 터트려 팀의 1부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아피프의 다음 무대는 스페인 라리가였다. 벨기에 리그에서 유망주로 이름을 날린 그는 2016년 비야레알CF로 이적했고, 곧바로 스포르팅 히혼으로 임대를 떠나 카타르 선수 최초로 라리가에 데뷔했다. 하지만 이후 그의 유럽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스포르팅 히혼에서 한 시즌 간 9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것. 2017년 친정팀인 KAS 오이펜으로 임대를 가서도 예전의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결국 아피프는 자국 클럽인 알사드 SC로 임대를 떠났다.
결론적으로 아피프에게 카타르로의 임대 이적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는 첫 시즌(2018~19)부터 리그 26골을 기록, 알사드의 스타스 리그 우승을 이끌었으며 AFC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랐다. 당시 알사드 감독이던 사비 에르난데스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재능이 있고 한계가 없다. 어디에서나 활약할 수 있는 선수다. 그건 그에게 달려있다. 그는 정신력, 열정 등 축구를 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2019 아시안컵서 '1G 11AS' 기록, AFC 올해의 선수로 선정... 한국과 악연도
아피프는 카타르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을 때 더욱 훨훨 날았다. 그의 '대표팀 버프'는 유소년 시절부터 특출 났는데, 2014 AFC U-19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북한을 상대로 결승골을 기록해 카타르의 우승을 견인했다.
아직까지 27세에 불과한 아피프는 성인 대표팀에서도 107경기에 출전해 31골을 기록했다. 가장 돋보였던 시기는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이다. 당시 아피프는 준결승에서 3개의 어시스트, 결승에서 2개의 어시스트를 포함해 무려 11개의 어시스트로 카타르의 '무패 우승'에 일등공신이 됐다. 이 같은 활약으로 아피프는 2019 'AFC 올해의 선수'에도 선정된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아피프는 한국 대표팀과의 악연도 있다. 2017년 6월, 한국과 카타르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에서 골을 기록한 아피프가 손흥민의 부상을 조롱하는듯한 세리머니를 해 논란이 됐다. 당시 손흥민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넘어졌고, 오른쪽 손목을 다쳐 교체됐다. 아피프는 골을 기록한 뒤, 한국 교민들 앞에서 오른손으로 경계를, 왼쪽 팔로는 깁스를 한 자세를 취했다. 경기는 2-3 한국의 패배였다.
다음 목표는 유럽? "당장 내일이라도 유럽에 돌아가 활약하고 싶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아피프의 다음 목표는 유럽 무대 복귀다. 아피프는 레바논과의 첫 경기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이후 "모든 선수는 유럽에서 뛰고 싶어 한다. 가능하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유럽에 돌아가 활약하고 싶다"며 유럽 복귀에 대한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아피프는 동시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유럽에 가서 벤치에 앉는 것보다 조국에 남아서 뛰는 게 좋다. 경기에 나서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유럽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조국을 위해 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피프는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유럽으로 가서) 뛰고 싶다"며 유럽 복귀에 대한 의지를 한 번 더 드러냈다.
아피프가 유럽 복귀에 대한 희망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20년 카타르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인 '에스타드 엘 도하(Estad El Doha)'를 수상한 뒤에도 "나의 여정은 불완성됐다. 유럽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경기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동건 인턴 기자 ehdrjs3589@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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