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때리자" "확전 피해야"…美, 중동보복 놓고 시끌

황철환 2024. 1. 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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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란 세력 도발 억제하면서도 이란과의 전쟁은 피해야
해외 이란 연계 자산 타격하거나 혁명수비대 겨냥 가능성
의회는 "사전 승인 받아라"…이번주 상하원 기밀 브리핑
2019년 요르단에서 군사 훈련을 진행하는 미군 병사들 [EPA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중동 주둔 미군이 다수 사상한 사건에 대한 '보복'의 범위와 강도를 놓고 미국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 매파 등은 배후로 지목된 이란을 직접 때릴 것을 주장하지만 자칫 확전하게 된다면 미국이 또다른 중동 전쟁이란 수렁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분명히 말하건대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 영토 내부를 타격하지 않겠다는 의미냐는 질문에도 "어떻게 할지 예고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닌 대응 카드는 대략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을 겨냥해 직접적인 무력을 행사하거나 이란의 지원을 받는 주변국 무장세력에 대한 공격, 이란에 대한 경제·외교적 제재 강화 등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쟁점은 미국이 '군사적 대응'에 나선다면 이란을 직접적으로 겨냥할지, 사용될 무력의 수위가 어느 수준에 이를 것인지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우리 군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더 큰 분쟁에 관여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역내 안보와 안정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1월 9일 노스캐롤라이나 군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EPA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과 중동 각지의 친이란 무장세력의 도발을 억제할뿐 이란과의 직접적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도록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이란 본토가 아닌 곳에 있는 이란 연계 자산에 대한 공격일 것이라고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수전 디마지오 선임연구원은 말했다.

미 육군 중장 출신 안보 전문가 토머스 스포어는 "제복을 입은 이란 군인들을 타격해야만 한다"면서 시리아나 이라크, 예멘에서 활동하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대원이나 고위 인사가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관련 사정에 밝은 미국내 소식통을 인용, 최근까지 있었던 중동내 친이란 세력들의 공격에 대한 보복보다 강력한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공격에도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며 우리 병사들을 공격한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단계적으로 지속적인 대응이 다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수준의 대응으로 중동 주둔 미군을 노리는 친이란 무장세력을 잠잠하게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에 대한 경제·외교적 제재 강화가 이란산 석유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중국과의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가운데 공화당 매파들은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수십년간 여러 차례 이란과 충돌을 빚었지만 본토를 공격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이란 관련 업무를 맡았던 가브리엘 노로냐는 이란은 역내 무장세력들을 이용해 중동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강력한 대응'만이 이 문제를 풀어낼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유세 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일각에선 올해 11월 차기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과도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외에서 무력을 사용하려면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미 의회의 압박도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미 NBC 방송에 따르면 팀 케인 상원의원(민주·버지니아)과 토드 영 상원의원(공화·인디애나) 등은 최근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중동에서 추가적인 군사행동을 감행하기에 앞서 의회의 동의를 얻을 것을 촉구했다.

미 하원에서도 30명 가까운 의원들이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에 대한 미군의 공습의 합헌 여부를 묻는 초당적 서한을 정부에 발송했다.

미 헌법상 전쟁 승인 권한은 의회에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2002년 이라크 전쟁 당시 의회가 대통령에 부여한 무력사용권(AUMF)을 활용, 의회를 거치지 않고 중동내에서의 미군 군사작전을 지휘해 왔는데 이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다만 작년 AUMF 폐지안을 가결한 상원과 달리 하원에선 관련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만큼 백악관이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대신 미 정부는 이번 주중 상원과 하원에서 중동 주둔 미군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여러 차례 기밀 브리핑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NBC는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공화당 매파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내 고립주의 진영 간의 갈등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지지 선언과 함께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하차한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와 보수논객 터커 칼슨 등이 거친 어조로 '이란 공격'을 주장한 공화당 매파를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군통수권자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밝히지 않은 채 신중한 대응으로 일관 중이다.

그는 2020년초 이란 혁명수비대의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에 대한 폭격을 명령했고, 이후 중동 주둔 미군은 9개월 넘게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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