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사태' 계기로 다시 한번 내부 통제 고삐 죄는 증권업계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배영경 송은경 이민영 기자 = 최근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불거지면서 지난 몇 년간 발행 규모를 줄여온 증권사들은 관련 상품을 재정비하고 내부 통제를 다시 한번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 2019년 이후 ELS 발행 규모를 점차 줄여왔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살펴보면 ELS 발행 상위 10개 증권사의 ELS 발행 금액은 2019년 76조7천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0년 42조4천억원, 2021년 49조2천억원, 2022년 28조1천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발행 금액은 약 30조7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원금 손실 우려가 본격화한 4분기만 살펴보면 10월 2조9천억원, 11월 2조8천억원, 12월 1조9천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발행 종목 수도 감소해 지난해 10월 1천53건, 11월 1천89건이 발행됐으나 12월에는 891건으로 1천 건 미만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2019년 시행된 데다 얼마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고수익이라는 ELS의 장점이 줄어들고 ELS 원금 손실 사태가 현실화하면서 증권사들이 발행 규모를 줄인 영향이다.
더욱이 금융 당국도 최근의 ELS 사태에 예의주시하면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발행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ELS 판매사에 대해 검사를 진행 중으로, 이르면 다음 달 완료할 예정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ELS를 지켜보고 있으니 이제는 ELS 판매가 확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출시를 해도 만기를 짧게 하거나 기초자산을 한 개만 두는 등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상품 위주로 출시될 듯하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금융 당국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ELS 판매가 아예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더 안정성 있는 상품으로 재탄생될 것인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 증권사 관계자도 "ELS는 저금리 시기에 4∼5%의 수익률을 조기에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에 인기가 많았던 상품"이라면서도 최근 ELS 원금 손실 사태와 이를 예의 주시하는 금융 당국의 동향을 거론하고, "업계 전반적으로 봐서는 ELS 기초자산이 S&P 500이라도 당분간은 발행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는 ELS 판매에 대한 내부 통제 강화도 모색하고 나섰다.
이미 ELS 투자자의 손실 우려가 한 차례 불거진 2016년 이후 내부 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지만, 이번에 또 ELS 사태가 불거지면서 다시 한번 검토에 나선 것이다.
특히 최근 한 은행에서 상품 선정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증권사로부터 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사 사례는 없는지, 또 고객에게 상품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내부적으로 고삐를 죄는 계기로 삼고 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ELS 상품을 청약하는 투자자는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위험 부담도 준비된 분들"이라면서도 "다만 노령층이나 금융투자상품 경험이 없는 소비자에 대해 개선할 만한 부분은 없는지 검토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고객 안내를 더욱 강화한 상태"라며 "매월 초 홍콩H지수의 시장 상황 및 현재 기준으로의 손실 상환율을 관리점에 고지하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고객과 접촉 및 상담,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 업계는 검찰이 이날 메리츠증권 임직원이 서로 대출을 알선해주고 대가를 주고받은 의혹과 관련해 본점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최근 금감원이 메리츠증권을 비롯해 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획 검사를 벌이고 검찰 고발한 데 따른 것으로, 업계는 검찰이 다른 증권사에 대해서도 강제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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