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공병우 선생님’…키보드로 구현한 40개 전통언어 [포토]

곽윤섭 기자 2024. 1. 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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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아마존의 원주민들은 고유한 자신들만의 문자를 사용하고 있었다.

16세기에 포르투갈 함대가 지금은 브라질로 알려진 이 땅에 왔을 때 원주민들이 포르투갈어가 아닌 전통언어로 말하자 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다이어크리틱(분음기호: 글자의 위나 아래에 찍어 기존의 철자와는 다른 발음이나 의미를 부여하는 기호)을 사용해 원주민의 언어를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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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 주 마나우스에서 티쿠나 원주민 여성 크리스티나 퀴리노 마리아노가 링클라도를 사용하여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

브라질 아마존의 원주민들은 고유한 자신들만의 문자를 사용하고 있었다. 16세기에 포르투갈 함대가 지금은 브라질로 알려진 이 땅에 왔을 때 원주민들이 포르투갈어가 아닌 전통언어로 말하자 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다이어크리틱(분음기호: 글자의 위나 아래에 찍어 기존의 철자와는 다른 발음이나 의미를 부여하는 기호)을 사용해 원주민의 언어를 표기했다.

그러나 21세기 초연결 사회가 된 브라질에서 아마존 원주민들에게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다가왔으나 여전히 그들 고유의 문자를 스마트폰에 옮길 수가 없었다. 키보드에 포르투갈어만 있었기 때문. 2022년에 두 명의 아마존 원주민 출신 브라질 젊은이들이 원주민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키보드 애플리케이션 ‘링클라도’(Linklado)를 만들었고 지금은 40개 이상의 서로 다른 원주민 언어를 쓰는 170만명의 원주민도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30일 아에프페 통신은 링클라도로 인해 달라진 원주민들의 일상에 대해 보도했다. 2022년에 출시되어 원주민 사용자들의 소통을 돕고 있는 앱을 만든 두 젊은이는 사무엘 벤제크리와 줄리아노 포르텔라다.

“처음엔 물리적인 키보드를 만들려고 했지만 일부 원주민들은 컴퓨터가 없었기 때문에 실용적이지 않음을 깨닫고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4일밖에 걸리지 않을 줄, 우리도 몰랐다.”

링클라도는 브라질의 서로 다른 원주민들 알파벳에서 사용되는 라틴문자, 막대, 스쿱, 악센트 및 기타 표시를 조합해서 만들어졌다. 이제 원주민 사용자들은 서로 소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과 (문자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40개 이상의 원주민 언어가 지원되는 키보드는 원주민이 더 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1일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 주 마나우스에서 티쿠나 원주민 여성 크리스티나 퀴리노 마리아노가 링클라도를 사용하여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

티쿠나족의 일원인 크리스티나 퀴니로 마리아노는 “링클라도는 저를 포함한 원주민들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생물학자는 “그전까지 원주민들은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음성 메시지를 보냈어야 했다. (링클라도가 나오기까지) 14년 동안 내 연구를 번역하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링클라도 앱은 무료다. 그러나 원주민 언어를 구사하지 않는 사용자가 텍스트를 원주민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옵션은 유료화되어 있다. 이 수익은 원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이 앱은 멸종위기에 처한 원주민 언어를 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원주민 활동가 반다 위토토는 “이 키보드를 사용하면 부레언어(위토토족 사람들의 언어)에 속하지 않는 문자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원주민 언어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멸종 위기의 언어는 아마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유엔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언어 절반이 금세기 말까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투카노어로 ‘나무’ 링크드인 갈무리.
티쿠나 원주민 여성 크리스티나 퀴리노 마리아노가 21일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에서 링클라도 앱을 사용해 티쿠나 언어로 번역한 책을 보여주고 있다.
24일 촬영된 브라질 아마조나스 주 마나우스 35개 민족의 원주민이 살고 있는 파르케 다스 트리보스 지역의 조감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사무엘 벤제크리(오른쪽)와 줄리아노 포르텔라는 40여 개 원주민 언어의 문자가 포함된 디지털 키보드 링클라도를 개발해 원주민들의 의사소통에 기여했다. 현지 매체 갈무리.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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