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작전’도 난감하다...이란에 보복할 묘수 없는 바이든
전면전 피한채 도발 막을 방안 없어
우크라·이스라엘 이어 또 다른 전쟁도 부담
28일 새벽(현지시간) 요르단의 미군 보급기지에 가해진 친(親)이란계 이라크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하면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란의 조종을 받는 이들 민병대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면서도 이란과의 전면전은 피할 묘수를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드론 공격 관련자 모두를 응징하겠다”고 말했고,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29일 “바이든 대통령이 28,29일 연거푸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했으며, 우리는 우리를 보호하고 임무를 계속 수행하고, 이런 공격에 적절히 대응할 필요한 조치들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 방송은 지금까지 있었던 미군의 대응보다는 “더 강력한 대응이 될 것”이라고 미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초강대국 미국에게도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란에게 가장 ‘아픈 곳’을 때려 친(親)이란계의 도발을 멈추게 하면서 동시에 이란이 전면전으로 대응하는 것은 막을 ‘타격의 균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응징’을 다짐하면서, 동시에 “또다른 전쟁을 원치 않는다. 확전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공화당 의원들 “이란에 강력히 대응하라”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른 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테러 세력이 160여 차례나 미군을 공격하기까지 너무 늦고 약하게 대응한 탓이라며, 연일 이란에 대한 강공(强攻)을 주문한다.
팀 스콧 상원의원(사우스 캐롤라이나)은 “이미 확전됐는데,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백악관 발표는 헛소리”라며, “이제 충분하다. 바이든의 이란 유화(宥和) 정책은 끝내야 한다. 이제는 분명하고 결정적인 행동을 취할 때”라고 주장했다.
대니얼 크렌쇼 하원의원은 “또 한 명의 이란 장군을 죽일 때가 아마 됐지?”라고 소셜미디어 X에 썼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20년 1월, 당시 수백 명의 미국인 살해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란혁명수비대의 최정예부대인 쿠즈(Quds)군 사령관 카심 술레이마니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MQ-9 리퍼 드론의 미사일 공격으로 살해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는 “당장 이란을 강력하게 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도 강력한 수사(修辭)와는 달리, 이란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하원군사위원회 소속 돈 베이컨은 “이란은 대리인(代理人)들이 두들겨 맞는 정도로는 꿈쩍도 않는다. 이란의 눈이 멍들고 코에서 피가 나야 신경 쓴다”며, “해양 석유시설이나 이란 해군을 공격하라”고 말했다.
◇트럼프 “바이든이 이란에 유약하고 굴복한 결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공격이 가능했던 것은 바이든이 유약하고 굴복한 결과”라며 “내가 이란에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을 펼칠 때에는 이란은 통제 가능했고, 테러 대리인들에게 2달러로 모아 주지 못할 정도로 파산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최대 압박’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2019년 공해상에서 정찰 중이던 1억3000만 달러짜리 드론 글로벌 호크가 이란에 격추됐을 때, 트럼프는 미군의 공습을 계획했다가 집행 직전에 취소시켰다.
당시 미국에선 드론 격추가 미 전함이나 유인 전투기에 대한 공격에 버금가는 도발로 간주됐지만, 트럼프는 그때 “(이란에서) 누군가 실수했다고 생각한다. 드론에 사람이 타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건 아주 큰 차이”라고 말했다.
◇경제 제재 강화에서 이란 영토 공격까지 선택지 많지만
바이든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보복 대안’으로 미 언론에 소개되는 것들은 몇 가지가 있지만, 효과가 불분명하거나 매우 위험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한 미국 관리는 CNN 방송에 “친이란계 민병대가 미군을 상대로 163번 공격해서 줄곧 실패했고, 164번째에 (미군 3명 살해라는) 운(運)이 따른 것을 놓고 친이란계 세력의 ‘확전’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말했다.
①지금처럼 ‘두더지 잡기’식 대응
가장 쉬운 방법은 지금까지처럼 테러 세력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한 지점과 관련 시설을 파괴하는 ‘두더지 잡기’식 대응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응은 미군에 대한 공격 능력은 약화시켰어도, 억제 효과는 전혀 없었다.
②이란의 주(主)수입원인 원유 수출 및 경제 제재 강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지금도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먹히지 않는다. 이란 원유의 주(主)수입국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이란은 1일 317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는데, 이 중 145만 배럴이 중국으로 수입됐다.
미국은 반도체 기술 통제 등을 강화하면서도, 타이완 문제를 둘러싼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중국과의 대화 창구를 복원하고 있다. 이란 원유의 최대 고객인 중국이 미국의 말을 들을 리가 없다.
③주요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
미국은 2015년에 이란의 방공망(防空網)과 통신ㆍ주요 전력시설을 마비시키는 ‘니트로 제우스(Nitro Zeus)’ 사이버 공격 계획을 수립했다가, 당시 이란이 미ㆍ영ㆍ프랑스ㆍ독일ㆍ러시아ㆍ중국 6개국과 핵개발 동결을 합의하면서 포기했다.
또 2012년에는 이란의 우라늄 원심분리기 1000여 개를 불능화한 소프트웨어 ‘스턱스넷(Stuxnet)’ 공격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의 핵심 네트워크에 접근하기도 힘들 뿐더러, 이런 해킹을 통한 핵개발 ‘지연 효과’는 1~2년에 그쳤다.
④시리아와 이라크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병력 공격
이란의 대리(代理)세력이 아니라, 현지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 병력과 시설을 공격하는 것이 보다 강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이 중동의 친이란계 민병대 세력을 총괄적으로 후원하는 자국의 엘리트 부대가 이란 밖에서 미국의 공격을 받고 확전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과 이란이 맞붙는 중동 전쟁으로 확산될 경우, 이란의 중ㆍ장거리 미사일이 최우선 공격하는 대상은 이스라엘이다.
⑤이란 영토 내 드론ㆍ미사일 제조시설 직접 타격
미국은 수십 년에 걸친 이란과의 갈등을 통해, 군사 타깃이 될만한 것들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또 이란의 영토로 간주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미군 공격이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1988년 4월 미 해군 프리깃함 새무얼 B 로버츠함이 이란의 기뢰에 파손됐을 때, 레이건 행정부는 해군과 공군력을 동원한 사마귀 작전(Operation Praying Mantis)을 통해 페르시아만에서 이란 전함 6척을 침몰시키거나 심각하게 파괴했다.
그러나 이는 36년 전 얘기다. 또 강한 추정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이들 ‘저항의 축’ 이슬람 세력에 이번 드론 공격을 직접 지시했다거나, 미군 전사자를 초래한 드론이 이란에서 공급됐다는 사실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 외교부는 이번 사건이 있은 뒤, 신속하게 “민병대들은 이란의 명령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응징을 통해 억제하려는 대상이 어디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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