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없는 스프링캠프, 정말 괜찮을까···KIA, 선수들이 시험대 올랐다

김은진 기자 2024. 1. 3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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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학 KIA 단장이 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선수단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는 선수단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 선수단은 2022년 감독 없이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당시 사령탑이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만료된 여권을 재발급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뒤덮고 있던 시기, 모국인 베네수엘라 당국의 행정 절차가 지연돼 오매불망 여권 발급을 기다리느라 꼼짝하지 못했다.

당시 코로나19로 모든 구단이 국내에서 훈련했다. 수베로 감독이 여권을 받아 입국하고 일주일 간 격리까지 마친 뒤 선수단에 합류한 것은 2월25일. 2월1일 캠프 시작 이후 약 한 달 동안 한화는 감독 없이 수석코치 지휘로 훈련했다.

한화 구단과 선수들은 당시에 대해 “별 문제가 없었다”고 기억한다. 스프링캠프 훈련의 구체적인 일정 자체를 대럴 케네디 수석코치가 짠 상태였고, 선수들은 일정대로 각자의 훈련을 하면 됐기 때문이다.

2024년 스프링캠프에서 KIA가 그 희한한 상황에 놓였다. 단지 여권 문제로, 그래도 수베로 감독이 곧 올 거고, 시즌은 수베로 감독과 같이 치른다는 전제로 훈련했던 2022년 한화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KIA는 아예 사령탑이 없다. 언제, 누가 새 감독으로 올지 모르는 기약 없는 상태로 해외 캠프에서 시즌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일단 KIA를 보는 많은 이들이 “훈련 자체는 선수들이 각자 하는 거라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한다. 2월20일까지 호주 캔버라에서 치러질 1차 캠프는 실질적으로 기술훈련 기간이다. KIA는 이 기간에는 연습경기 없이 훈련만 한다. 투·타 모두 개별적으로 짜놓은 훈련 일정이 있다. 선수들은 이에 맞춰 실전 단계를 향해 훈련을 하게 된다.

이후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하면 실전 단계로 들어간다. 이때는 감독의 공백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연습경기를 통해 라인업과 각 포지션 주전 경쟁의 윤곽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감독이 시즌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선수들 스스로가 자신의 올시즌 포지션을 어느 정도 확인하고 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이 실전 2차 챔프다. KIA는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시작할 계획은 아니라 최소한 오키나와 캠프를 시작할 때까지는 새 사령탑을 선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호주 1차 캠프에서는 분위기가 문제다.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에게는 각자 개인적인 목표가 있기 때문에 훈련 진행 자체에는 큰 차질이 없다. 그러나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지 못하면 훈련 집중도에는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령탑 없이 선수들을 3주 동안 통솔해야 할 코치들의 몫이 중요하다.

임시로 캠프 지휘를 맡게 된 진갑용 수석코치는 지난 29일 출국 당시에는 눈물을 보이며 아직은 생각이 정리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다른 코치들도 마찬가지다. 갑작스런 사태에 침통한 분위기다. 그러나 하루 먼저 도착해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분위기를 정비하며 선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스프링캠프는 1년 농사의 씨를 뿌리는 시간이다. KIA는 올해 강팀 전력이라는 기대를 계속 받고 있다. 캠프 출발 직전 사령탑이 해임되고 새 감독이 선임되기를 기다리며 훈련을 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더욱 각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각오로 출국했다. KBO리그를 통틀어서도 처음 하는 경험, KIA 선수단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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