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로 선회하나···전 당원 투표?

김성은 기자 2024. 1. 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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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뉴스1

선거제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지도부가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택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경우 당내외 반발을 잠재우는 것은 물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치인 이재명'으로서의 명분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가 숙제로 꼽힌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조만간 비례대표제를 현행 준연동형으로 유지할지, 권역별 병립형으로 개정할지에 대해 결정할 전망이다. 여당은 이미 병립형으로 당론을 정했고, 권역별 병립형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민주당 지도부가 비례대표제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는 방식을 놓고 다양한 관측들이 흘러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도입을 염두에 두고 전 당원 투표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대표가 31일 예정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투표계획을 밝히고 설 연휴 전 투표를 진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런 관측에 대해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그런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수와 무관하게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 47석(21대 국회 기준)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반면 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수에 정당 득표율을 연동하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못 낸 소수 정당에도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준연동형은 전체 비례대표 의석 중 일부는 연동형, 일부는 병립형을 따른다.

권역별 병립형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권역을 구분해 비례대표를 뽑는 형태다.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는 방안은 수도권(16석), 충청·강원·경북 등 중부권(15석), 호남·경남·제주 등 남부권(16석) 등 세 권역을 대상으로 비례대표를 뽑는 방식이다.

국민의힘이 일찌감치 병립형 제도를 염두에 둔 것과 달리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해 말부터 병립형과 준연동형 사이에서 고심해왔다.

이 대표 스스로도 지난 대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소수 정당에 더 많은 의석수가 돌아갈 수 있는 준연동형제를 선호하는 듯했으나 최근 '이준석 신당' '이낙연 신당' 등 제3지대 정치세력들이 나오면서 민주당이 의석을 뺏길 수 있단 현실론이 작용, 민주당이 병립형으로 회귀할 수 있단 이야기들이 나왔다. 국민의힘과 합의되지 않으면 현행인 준연동형제를 따르게 되기에 선거제 개편 키는 사실상 민주당이 쥔 셈이다.

총선에서 의석을 한 자리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는 현실론, 즉 병립형을 택한다면 당 안팎에서 불어올 역풍이 만만치 않다.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창당대회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2024.1.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우선 당내 반발에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6일 이탄희 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의원 79명은 성명을 내고 "병립형 퇴행은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는 '소탐대실'"이라며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야합해 병립형으로 돌아간다면 민주 진영 분열의 명분을 주는 것이고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 중의 악수다. 선거 기간 내내 제3지대, 시민단체 공세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외의 저항도 거세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탈당 직전 물밑에서 가교 역할을 했던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 등 당 원로들조차도 이 대표에게 준연동형 제도를 유지해 줄 것을 당부했었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양당 정당 독점 구도가 아닌, 다당제 가치를 중시해 온 영향도 있다.

범진보세력에서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한 소수 정당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민주당이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택하는 것이 마치 지역주의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전국형 비례제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틀린 말"이라며 "국민의힘은 텃밭이라 여겨지는 부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민주당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비례대표 표를 모으려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고 그 결과 갈등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선택이 야권 전반에서 실망감을 불러와 오히려 이탈표를 낳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이 대표가 2027년 대선까지 바라봐야 하는 입장에서 '정치인 이재명'으로서 스스로 했던 말의 번복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 대표를 향해 "명분도 실리도 다 잃고 패장이 돼 퇴장하는 길을 택하겠나, 윤석열 심판 총선에서 야당 연합을 잘 이끌고 다음 대선에 당당히 재도전하겠나"라며 "연동형 비례제를 받아야 민주진보 진영 리더가 되고 집권도 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늦어도 2월 중에는 선거제 문제를 매듭지을 전망이다.

김영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선거제 관련 "원래 여야간 협의가 되고 당에서 잘 조정이 되면 2월1일 본회의에서 빠르게 결정하면 좋지 않나란 의견도 있었지만 제가 보기엔 2월 임시국회에서 결정할지 않을까 한다"며 "2월 임시국회에 4월10일 총선에 지장이 안되는 범위 내에서 결정하고 본회의 의결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 서면 의견 수렴, 국민 여론조사, 당원 여론조사를 했기 때문에 전당원 투표까지 가서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 보고 당내와 지도부들이 잘 논의하고 의원총회를 거쳐 결정하면 당원, 의원, 국민들도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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