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난임 지원 두고 "터무니없다" vs "의사 패권주의" 醫·韓 갈등
한방 난임 치료 지원을 골자로 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 법률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두고 의료계와 한의학계의 갈등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의료계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되려 산모와 태아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공개적인 검증과 평가를 요청한다. 반면 한의학계는 오랜 시간에 걸쳐 효과가 검증됐고 국민 90% 이상이 찬성한 법안이라는 점을 들어 '의사 패권주의'를 내려놓고 자성하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난임 극복 지원사업'에 한방 난임 치료비 지원을 포함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의약 난임 치료에 관한 기준을 정해 고시할 수 있도록 한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존에도 인천 등 일부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한방 난임 치료를 지원하고 있었는데 이를 전국적으로 시행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이날 대한산부인과학회를 대표해 참석한 최영식 연세대 의과대학 산부인과학교실 교수는 앞서 2019년 보건복지부가 한방 난임 치료의 근거 확보를 위해 동국대일산한방병원, 강동경희대병원, 원광대광주한방병원에 의뢰해 진행한 연구 결과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해당 연구는 20~44세 여성 100명(실제 참여는 9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7주기(7개월)간 총 13명이 임신해 임신율은 14.4%, 이 중 7명이 출산해 출산율은 7.8%로 보고됐다.
최 교수는 이 연구의 문제점으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 대조군이 없다는 점이다. 한방 치료받은 난임 환자를 '실험군'으로 두면 효과 비교를 위해 자연임신을 시도하는 난임 환자를 '대조군'으로 둬야 하는데 연구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영국의 의료통계학자 잭 윌킨슨은 해당 연구에 대한 학술지 등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과학이 아니고, 임상 연구가 아니며, 터무니없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 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해당 연구가 얼마나 비상식이고 의미 없는 결과인지 보여주는 것"이라 꼬집었다.
학회를 대표해 참석한 이중엽 함춘여성의원 원장 역시 "보통 임신 후 8주~10주 사이가 위험한 시기인데, 이때 약을 먹고 유산 위험이 높다면 둘 사이에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안전성이 우려될 때는 일단 멈추고 확인을 하는 게 먼저다. 의학적인 근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법으로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장문에서 한의협은 "한의약 난임 치료는 10여 년이 넘게 지자체의 수많은 사업을 통해 검증됐다"며 "난임부부 역시 96.8% 응답률로 정부 차원의 한의 난임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의협은 "합계 출산율 0.7명대가 붕괴 직전에 놓인 상황에서 극단적 직역 이기주의의 행태로 딴지를 놓고 방해하는 일부 양의사단체의 행태는 국민의 아픔과 대한민국의 미래마저도 오직 자신의 눈앞에 놓인 밥그릇으로만 보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시선"이라며 "풍전등화에 놓인 대한민국 출산율 반등을 위해서라도 양의계는 전향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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