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장관, 11년째 “독도는 일본 땅” 망언 되풀이

가미카와 외무장관, 연례 국회 외교연설
“역사적 사실·국제법상 일본 고유 영토”
기시다 총리는 '한일 협력 필요' 계속 강조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장관이 지난 17일 튀르키예 앙카라를 방문해 외교장관 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앙카라=AFP 연합뉴스

일본 외무장관이 30일 연례 국회 외교연설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11년째 반복되는 일본 정부의 독도 망언이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장관은 이날 정기국회 외교연설에서 독도와 관련해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이러한 기본적 입장에 근거해 의연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하야시 요시마사 당시 외무장관이 했던 언급과 거의 같다.

일본 외무장관이 외교연설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한 것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이던 지난 2014년이 처음이다.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일본 고유의 영토인 시마네현 다케시마"를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가미카와 장관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서도 "관계국과 정중한 논의를 이어가 확실히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며 등재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대상 기간을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 2차 세계대전 당시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협력을 강조했다. 가미카와 장관은 "중요한 이웃 나라인 한국과는 다양한 분야에서 공조와 협력의 폭을 넓히고 파트너로서 힘을 합쳐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여러 층위에서 긴밀한 의사소통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박한 안보 환경을 고려하면 한일 간 긴밀한 협력이 지금처럼 필요했던 시기는 없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0일 국회에서 시정방침연설을 하고 있다. 도쿄=AP 교도 연합뉴스

이에 앞서 기시다 총리도 이날 국회 시정방침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기초로 폭넓은 협력을 더욱 확대·심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일 3국의 전략적 공조와 한중일 프레임워크도 진전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총리의 국회 연설은 정기국회 첫날 새해 국정 과제를 밝히는 시정방침연설과 가을 임시국회 때 국정 방향을 설명하는 소신표명연설이 있다. 지난해 10월 소신표명연설 당시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신뢰관계에 기초해 폭넓은 협력을 심화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엔 '개인적'이란 단어가 없어졌고 '더욱 확대한다'는 말이 추가됐다.

한편 이날 시정방침연설은 이례적으로 개원(26일) 후 나흘째에 이뤄졌다. 보통 개원 첫날 총리가 연설하지만 올해는 아베파 비자금 수사 등을 계기로 정치 개혁 관련 집중 심의를 요구한 야당의 의견을 받아들여 29일 집중 심의를 먼저 한 뒤 다음 날 연설했다. 기시다 총리는 연설에서 "정치 개혁을 반드시 실행하고 신뢰 회복을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