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백기 든 십대 형제 사살…또 민간인에 총격
가족들 “시신도 못 찾았다” 울분
민간인 총격 사례 잇따르자 비판 고조
민간인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이스라엘이 ‘항복’을 의미하는 백기를 든 십대 형제에게도 총구를 겨눴다.
29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백기를 흔들며 집을 나선 13살, 20살 형제가 지난 24일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알자지라는 사건 당시 사진을 공개하면서, 위성사진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총격 발생 지점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 이스라엘군이 주둔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숨진 나헤드 바흐바르(13)와 가족들은 이스라엘의 명령에 따라 피란길에 오르려던 참이었다. 전날 이스라엘군은 가자 남부의 칸유니스 주민들에게 ‘더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나헤드는 백기를 들고 조심스레 문밖을 나서자마자 다리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다친 몸을 이끌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두 발의 총성이 더 울렸고, 결국 나헤드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를 보고 밖으로 뛰어나간 형 라메즈(20) 역시 곧바로 총을 맞고 동생의 시신 위에 엎어진 채 사망했다. 바닥에 나뒹군 백기에는 형제의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가족들은 숨진 이들을 품에 안지 못했다. 형제의 어머니인 이슬람은 “총격이 멈추지 않아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시신을 찾아올 수 없었다”면서 “아들들은 하루종일 땅바닥에 있어야 했다”고 분노했다. 아버지 모하메드아델은 “아들에게 머리 위로 들어 올리라고 흰 천을 주었다. (백기를 보면) 아이를 공격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백기를 든 민간인이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일에는 영국의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 보도를 통해 백기를 들어 올린 4살 손자의 손을 잡고 대피하던 민간인이 총에 맞아 숨지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사망한 할라 크라이스(57)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던 중 대피로가 마련됐다는 이웃들의 외침을 듣고 4살 손자와 함께 집을 나섰다. 일행들보다 몇 걸음 앞서 걷던 할라는 불과 몇 초 만에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의 딸인 사라 크라이스(18)는 “왜 어머니를 쐈나”라며 “이스라엘군은 마치 안전하게 떠날 수 있는 것처럼 말했고, 우리는 지시대로 백기를 들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날 총격은 이스라엘군이 전쟁 초기부터 ‘안전 지대’라고 선언해 온 가자 남부의 해안마을 알마와시에서 발생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이스라엘군이 백기를 든 자국 인질 3명을 오인사살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인권단체 ‘유로메드 인권모니터’는 이스라엘의 민간인 사살 사건 9건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민간인 사망 사례 4건을 살펴 보고 있다고 밝힌 CNN은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해왔지만, 백기를 든 인질을 총살하는 등 교전 규칙을 위반하는 사례를 보면 정말로 노력 중인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스라엘방위군(IDF)은 민간인 사망과 관련한 CNN 질의에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만 답했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312172117005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1231544001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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