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한 유족 “배상 요구한 적 없다…尹대통령, 역사에 남을 죄 지어”
유족 “바란 건 오직 진상규명…가장 모욕적 방법으로 묵살”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특별법 공포를 촉구해 온 유족은 울분을 토하며 "윤석열 정부가 역사에 남을 죄를 지었다"고 성토했다.
윤 대통령은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뒤 이를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특별법은 지난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따라, 정부는 해당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그간 '오체투지'와 '1만5900배' 밤샘 기도 등을 진행하며 거듭 특별법 공포를 촉구해왔다. 유가족은 특별법을 통해 참사 발생 원인과 책임자를 명확히 가리는 진상규명 절차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일방적 지원책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유족이 바란 건 오직 진상규명…가장 모욕적 방법으로 묵살"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제한으로 행사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관료,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결정으로 역사에 남을 죄를 지었다"고 반발했다.
유가협 측은 "유족이 언제 재정적 지원과 배상을 요구했나"며 "유족이 바란 것은 오직 진상규명이었는데도 정부는 유족의 요구를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묵살했다"고 직격했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지난 1년간 유족들은 우리 아이들이 왜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원인 규명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여 애원했지만 정부 여당과 윤 대통령은 159명의 희생자와 가족들을 외면했다"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성토했다.
'정부가 유가족과 협의해 피해지원 종합 대책을 수립하겠다는데 참여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고 단 한 줌의 진정성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회 재의결을 앞두고 여야와 협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시 한번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해볼 생각"이라며 "정부의 잘못을 부각하고 문제점을 찾아야 하는 곳은 국회"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특별법이 규정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업무 범위와 권한이 과도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거부권을 의결, 유족과 피해자에 대한 배상 및 지원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 재의요구 및 피해지원 종합대책'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특별법의 취지를 반영한 '10·29 참사 피해지원 종합대책'을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범정부적으로 수립·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에 대한 지원금·의료비·간병비 확대 ▲민·형사 재판 결과 확정 전 피해자 배상과 지원 실시 ▲신체·정신적 피해 노동자에 대한 치유휴직 지원·심리안정 프로그램 운영 및 피해 아동 지원 ▲구조·수습활동 피해자에 대한 지원 마련 ▲희생자 추모시설 건립 및 국무총리 소속 10·29참사 피해지원 위원회 구성 ▲이태원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 마련 등이 담겼다. 정부는 관련 초안을 마련한 후 피해자 유족과 협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방 실장은 유족의 거듭된 참사 진상규명 촉구에 대해 "경찰에서 500명 넘는 인원을 투입해 사건을 면밀히 조사했고, 검찰 보강 수사를 통해서 서울경찰청장을 포함한 23명이 기소되고 그 중 6명이 구속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족분들 생각에 대해서는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걸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특조위 구성 가능성에는 재차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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