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나갔는데 또 두 동강 난 민주당…이재명의 ‘뺄셈 정치’?
비명계 줄탈당하니 이젠 ‘친명vs친문’…李 ‘통합 리더십’ 요원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비(非)이재명계의 탈당 행렬 후에도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 조짐은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긴 침묵 속에, 4·10 총선에 적용할 비례대표 선거제 개편 방향을 놓고 당은 절반으로 갈라졌다. 총선 공천을 앞두고 친(親)명계와 친문(문재인)계 간의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선거 승리 키워드로 '통합'을 앞세운 이 대표의 구심력이 거듭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6일 민주당 의원 80명은 함께 입장문을 내고 "병립형 퇴행은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惡手) 중의 악수"라며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 유지를 촉구했다. 당 지도부가 병립형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가운데 막판 호소를 한 셈이다.
현재 민주당 소속 의원은 총 164명. 이중 이날 입장문에 동참하지 않는 나머지 84명은 판단을 유보 또는 당이 추진 중인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로 기울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선거제로 둘로 쪼개져버린 상황에서 이젠 '이재명의 시간'만 남았다며 양측 모두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 대표의 지나치게 긴 '침묵'이 더욱 부담스러운 결단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연말부터 선거제와 관련한 각종 질문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장고를 이어갔다. 이견이 큰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였지만, 그로 인해 총선을 70여일 앞둔 지금까지 당내 논의는 도돌이표를 그렸다. 이 대표의 침묵 도중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발언도 당내 불필요한 반발을 부추겼다. 그 과정에서 '선거제 퇴행 반대'를 내건 이낙연 전 대표 등 비명계의 탈당 명분만 더욱 만들어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젠 이 대표가 어느 결단을 내리든 당내 어려운 설득 과정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친명계 사이에서도 선거제를 두고 갈라진 상황에서 분위기 수습은 더욱 쉽지 않을 예정이다. 비명계 인사들의 연쇄 탈당으로 '통합'이 한층 요원해진 상황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또 한 번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분열의 반복, 李 리더십 약화로 이어질 거란 관측
선거제 내홍에 더해, 당내에선 비명계의 이탈 후 '친명 vs 친문'이라는 새로운 갈등 구도까지 형성되는 양상이다. 친명 일각에서 윤석열 정부 탄생에 문재인 정권의 책임이 일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신경전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일부 친명계 비례대표 의원이나 원외 인사들이 친문·비명 성향 현역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자객 출마'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문재인 정부 책임론'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8일 SNS에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을 다시 검찰총장으로 전격 임명하는 것을 보고 모든 기대를 접었다"며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총선 불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임 전 실장은 "윤 검찰총장이 대권 주자로 완전히 부상한 사건이 있다. 2020년 12월 추 전 장관 시절 징계를 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추미애 책임론'으로 곧장 맞받아치며 충돌을 빚었다.
그에 앞서 원외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에서도 문재인 정부 출신 임종석·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등 친문계를 향해 불출마를 공개 요구하며 압박하기도 했다.
최근 이재명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한 '반(反)문 인사' 이언주 전 의원에게 복당을 제안한 것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 대표의 제안은 곧 당내 친문계 입지를 더욱 좁히기 위한 일환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친문' 핵심인 윤건영 의원은 30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이언주 전 의원 복당 제안과 관련해 "선거 시기엔 다양한 색깔의 사람을 모셔오는 게 맞지만 외연확장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에서 유일한 힘은 단합이고 단결이다. 친문-친명 가르는 정치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뺄셈 정치보다는 덧셈 정치를 통할 때만 윤석열 정부의 일방독주를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당내 내홍을 두고 일각에선 친명 중심으로 구심력을 강화한 만큼 원심력도 강해지는 '반작용'을 낳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가 당 통합을 위해 말 이상의 강한 행보를 보이지 않은 영향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내 절반의 구성원들이 그동안 이 대표를 향해 통합을 외쳐왔고 결단을 요구해왔는데, 여기엔 아무것도 보여준 것 없고 당 내홍에도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게 쌓이면 이 대표의 리더십도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게 지금 여러 형태로 분출하고 있는 것"이라며 "친명하고만 정치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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